‘직장인 타깃’ 점포 올인…잠재고객 대학생 소외금융포용 측면 사각지대 해소 위한 전략도 필요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직장인 A 씨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축의금을 찾을 시간이 없어 역 주변 은행을 찾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역에서 한참 떨어진 은행을 발견해 현금을 인출했다. 도대체, 그 많던 은행 ATM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은행들의 지점 개설 1순위가 바뀌고 있다.

    과거 유동인구가 많았던 환승역 주변을 1순위로 꼽았다면 이제는 직장인이 많은 곳이 최우선 지점 개설 지역이 됐다.

    직장인의 경우 급여계좌 유치부터 신용카드 발급, 신용대출, 주택청약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유치하기 쉽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은행 방문이 쉽지 않아도 강남에 위치한 대기업을 유치하면 소속 회사원들에게 금융상품을 권유하기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강남역부터 잠실역까지, 도보 10분 내 은행 점포 135개

    26일 본지 조사에 따르면 2호선 강남역부터 잠실역 주변 은행 지점 수는 135개에 달했다. 조사 반경은 역에서 반경 500m 거리이며 도보론 10분 이내다.

    은행 지점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역이다. 삼성역 반경 500m 내에는 총 10개 은행, 32개 지점이 영업 중이다.

    KEB하나은행이 총 10곳의 지점을 운영 중이며 신한은행도 5개 지점이 같은 구역 내에서 경쟁 중이다.

    KEB하나은행 지점이 많은 이유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하면서 같은 영업권 내 지점을 정리하지 않은 탓이다.

    선릉역 주변은 신한은행의 영업력이 집중돼 있다. 총 8개 지점이 몰려있다. 일반 지점을 비롯해 기업금융센터, PB센터까지 역삼역 사거리 주변에서 신한은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강남역 주변을 둘러쌌다. 총 7개 지점을 배치하며 경쟁은행의 진입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잠실역 주변에 출장소 2곳을 포함해 총 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전국에서 은행 지점이 사라지고 있지만, 강남 지역만은 사뭇 다르다. 특히 강남 3구의 영업 집중도는 30%가 넘는다.

    이유는 부자 고객 외에도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본점을 이전할 경우 은행 지점까지 따라서 이동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최근 한샘 본사가 상암으로 이사하자 은행 지점도 주변으로 자리를 옮긴 예가 있다.

    결국, 은행들이 개인 고객보다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하는 게 요즘 은행 지점 트랜드란 얘기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유동인구 많은 환승역, 잠재고객 대학생은 소외

    과거 유동인구가 많았던 환승역과 대학생이 많은 역 주변은 오히려 은행 지점이 없는 편이다.

    환승역 중에는 관광객이 주로 찾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에 총 15개 은행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신도림역의 경우 6개 은행 지점만 영업 중이다. 결국, 사람이 가장 붐비는 역이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지점 개설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학교 주변도 마찬가지다.

    홍대입구역의 경우 12개 지점이 있지만, 강남역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건대입구역 주변은 9개, 신촌역은 7개 지점만 운영 중이다.

    은행들이 대학생을 잠재고객이라 부르며 유치 경쟁이 활발했던 것과 다르게 대면 영업은 소극적이었단 평가다.

    이에 대해 은행도 할 말이 있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발달로 인해 모바일뱅킹 이용자 수가 많아 지점을 찾지 않는 고객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0년대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2018년 말 기준 95%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이용채널이 기존 PC 중심에서 모바일 기기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50대 고객의 모바일뱅킹 이용 경험도 33%에서 51%로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고령층과 저소득층은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현금이 중요한 지급수단으로 은행 지점을 찾는 일이 많다.

    따라서 은행들은 수익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금융포용 측면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