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시절 국내 증권사 최초 해외사무소 설립배타적 환경에 철수…경기 회복으로 다시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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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연내 목표로 ‘일본 진출’의 뜻을 밝히면서 증권업계에 다시금 ‘일풍(日風)’이 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5일 미래에셋대우 전 직원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올해 일본에 진출하고 중국과 인도의 비즈니스도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이 의미하는 ‘일본 진출’의 형태가 법인 설립인지, 사무소 설립이나 현지 증권사와의 협업 정도인지 구체적인 범주는 명시되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확대의 일환으로 일본 시장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라며 “구체적인 진출 시점이나 방식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일본 진출은 미래에셋대우의 첫 진출은 아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전인 대우증권 시절부터 수 차례 일본 진출을 타진했으나 오래지 않아 개소와 철수를 반복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1984년 8월 국내 증권사의 ‘첫 해외진출’ 사례로 일본 사무소를 개설한 후 1996년부터 지점으로 운영됐다. 2002년 일본 경기 침체로 폐쇄되기도 했으나 2006년 사무소로 재개소된 후 2011년 지점으로 재승격됐다.

    당시 대우증권은 해외사업 네트워크 강화와 한일 기업간 M&A 등 자본교류의 교두보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강창희 전 미래에셋 부회장 등이 도쿄사무소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쿄지점은 결국 외국 자본에 배타적인 일본의 보수적인 운용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리서치 위주의 사무소로 격하됐다가 2016년 직원 수 2명의 사무소조차 문을 닫았다.

    미래에셋 외에도 다수의 증권사들이 일본에 진출했다가 철수의 ‘쓴맛’을 본 사례는 적지 않다. 리딩투자증권, IBK투자증권, KB증권(구 현대증권) 등도 일본 사무소나 법인을 운영하다 폐쇄한 바 있다.

    즉 우리나라 금투업계와 일본 자본시장과의 교류는 매우 느슨해진 상태다. 현재 일본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로는 대신증권이 유일하다. 운용업계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해 자사의 베트남 펀드를 일본 동경해상자산운용에 수출한 정도가 있다. 

    그렇다면 박 회장은 왜 일본을 새로운 진출 지역으로 낙점했을까. 그 배경에는 현재 일본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이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의 일본 진출도 이 같은 경기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닛케이 지수는 ‘버블경제’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상장 기업들의 실적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타케시 스즈키 한국스팍스운용 대표는 “일본 경기가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인플레이션으로 가는 ‘슈퍼 사이클’에 있다는 증거가 관측된다”며 “중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