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서 26일 '원칙중심회계 4차 특별세미나' 개최김도희 변호사, 대심제 확대·입장문 구체화 필요성 강조회계업계와 금융당국간 인식 괴리… "대심제 적용 앞서"
  • ▲ 김도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원칙중심회계 4차 특별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뉴데일리
    ▲ 김도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원칙중심회계 4차 특별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뉴데일리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과 감사인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대심적 심리구조(이하 대심제)의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2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원칙중심회계 4차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회계 문제의 법리적 검토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김도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날 '원칙중심 회계에서의 절차적 보장 강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원칙중심 회계 하에서는 쟁점 사항에 대한 여러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심제가 중요하다"며 "현행 제재절차 시스템으로 충분한 논의와 방어권 보장이 이뤄질 수 있는지 우려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심제는 대립된 양 당사자간 주장·증거제출 등 변론과정을 거쳐 독립된 판단주체가 당부를 결정하게 하는 심리구조를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일반적으로 감리위원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경우 기업이 의견진술을 마치고 나서 퇴장한 이후 위원들이 해당 담당부서에 대한 질의응답을 실시한다. 담당부서와 제재대상자 간의 공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제대로 반박할 기회를 잃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경우에도 지난해 대심제를 신청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감원 담당자들과 직접 대면해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김태한 삼바 사장은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대심적 심리구조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심사기관과 판단기관의 분리를 통한 심의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 ▲당사자간 충분한 반박 기회 제공 ▲심의에 필요한 자료의 사전 제공 등 절차적 권리 보장이 필수"라고 짚었다.

    그는 모범 사례로 공정위의 심의절차를 들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피심인에게 송부하고 심사보고서 첨부 자료에 대한 열람복사청구권을 인정한다.  이처럼 감리조치안건을 기업에 사전 송부하고, 기업이 충분히 반박할 수 있도록 자료에 대한 열람복사청구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생각이다.

    김 변호사는 대심제를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쟁점에 대한 금융당국의 신중한 의사결정을 유도할 뿐 아니라 부당한 처분으로부터 당사자의 권익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사자에게 충분한 반박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증선위 조치에 대한 불복률이 감소하고, 대외적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

    또한 "기업과 감사인의 실질적인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증선위의 결정문을 더욱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증선위의 의결이 진행되면 기업에 발송되는 조치 통지서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감리 의결문은 2페이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증선위의 세부적인 결정논리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회계업계와 금융당국간의 인식에는 약간의 괴리가 있었다. 금융당국에선 오히려 대심제 적용면에서 상당히 앞서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선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 회계감톡팀 팀장은 "대심제를 적용한 지 1년 밖에 안됐다"며 "대심제를 지금 전면적으로 바로 도입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심제는 이미 상당 부분 시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계감리 분야처럼 대심제를 전반적으로 잘 수용하는 곳이 있나? 대심제를 신청하면 100% 받아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결정문의 형식·내용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종 판단 부분을 너무 자세히 쓰면 소송의 증거가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에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가 "결정문에서 어떤 이유 때문에 이슈가 됐는지는 충분히 알려줘야 대심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팀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김은조 금융감독원 회계심사국 부국장도 "대심적 심리구조 보완 방안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좀 더 시간을 갖고 준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문에 대해서는 금감원도 실무하면서 지적을 많이 듣고 있다"며 "금융위와 검토해서 결정문을 더 자세하게 쓸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자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회계사들이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한데 이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의 영장심사까지 이어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참석한 관계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증선위의 행정소송 향방에 대해서는 "소송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언급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