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시외버스 유사사례 적용… 여건 변화에도 의견수렴 없어업계 "노선별 수요·서비스 고급화·대수송기간 등 종합 고려해야"
  • ▲ 프리미엄 고속버스 내부.ⓒ국토부
    ▲ 프리미엄 고속버스 내부.ⓒ국토부
    고속버스업계가 프리미엄(초우등형) 고속버스의 일부 노선 감축 운행을 검토하는 가운데 인허가권을 쥔 국토교통부가 법률적 근거없이 주먹구구 행정을 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비스 고급화, 수서발 고속철(SRT) 수요 증가 등 여러 여건이 달라졌음에도 이에 대한 고려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편의주의 행정을 답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토부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고속버스조합)에 따르면 고속버스업계는 SRT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서울·성남터미널 기점 노선의 프리미엄 고속버스 감차 운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노선은 접근성과 이동소요 시간 등에서 밀리며 탑승률이 평균 40%쯤에 머문다. 전체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평균 탑승률보다 20%포인트(P)쯤 낮다. 고속버스업계 관계자는 "이들 노선 탑승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며 "일부를 우등형으로 대체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노선에서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아예 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속버스업계는 적자노선에서 뺀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수요가 많은 노선이나 신설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노선·운행조건의 변경은 국토부 인가사항이다. 국토부는 변경 신청이 접수되면 이용 수요와 대체 수단 등을 따져보겠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체에선 기존 노선 추가 투입보다 프리미엄 고속버스 신규 노선 개설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버스업계가 수익이 검증된 기존 노선 대신 신규 노선 개설을 추진하는 것은 국토부가 노선별 프리미엄 고속버스 비중을 30%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200㎞ 이상 장거리 노선에 추가적인 이용 수요가 있어도 추가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는 주말의 경우 우등형보다 30%쯤 비싼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비중이 커지면 사실상 운임인상 효과가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국토부의 이런 인허가 규제가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임의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노선별 점유율을 제한하는 판단기준은 있다"면서 "다만 법률이나 국토부 내규 등에 근거를 두고 인허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시외버스에 우등버스가 도입될 때 그 비중을 30%로 제한한 적 있다"며 "(프리미엄 고속버스도) 이 사례를 참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거리 대중교통의 여건 변화나 업계·소비자 의견수렴 등의 절차와 고민 없이 과거 유사사례를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노선별로 차이가 있어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고속버스업계는 정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여건 변화는 도외시한 채 과거의 사례를 천편일률적으로 임의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서비스를 고급화하는 추세에 맞춰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노선별 투입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제를 완화하면 업체들이 프리미엄 고속버스만 운행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리하면 명절 등 대수송기간에는 (좌석이 부족해 업체도) 힘들어지므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적정 수준을) 협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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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