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국회서 '원칙중심회계 종합 특별세미나' 열려전문가들, "감독 당국이 징계보다는 서비스에 역점을 둬야"
  • ▲ 폴 조지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 기업지배구조·보고 담당 전무는 2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원칙중심 회계 종합 특별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뉴데일리
    ▲ 폴 조지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 기업지배구조·보고 담당 전무는 2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원칙중심 회계 종합 특별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뉴데일리

    회계 전문가들은 감독 당국, 기업, 감사인(회계법인)이 서로 신뢰·협업하기 위해선 감독 당국이 징계보다는 서비스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관·유동수 의원,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금융위원회, 한국회계학회, 한국회계기준원은 2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원칙중심 회계 종합 특별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지난 2011년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고의 분식회계' 사태와 같이 해석을 둘러싼 관련자들의 견해 차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삼바는 2016년 11월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2015년 12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미국 바이오젠이 2015년 당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삼바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4조 5000억원 규모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해당 세미나는 이처럼 현장에서 혼란을 빚고 있는 원칙중심회계의 실질적인 구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회계학회는 지난해 11월부터 감독, 외부감사, 기업회계, 법규에 대해 4회에 걸쳐 원칙중심회계 구현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날 다섯 번째로 마지막 종합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삼바 사태에서도 불거졌듯이, 명확한 원칙도 없이 회계의 모호함을 이용한다는 의심으로 (감독 당국이) 사후적으로 처벌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감독 당국은 최대한 서비스를 해야지, 징계·처벌하는 기관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감독 당국이 서비스를 한다는 취지로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특히 이날 자리에서는 영국 심사기구인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의 심사제도를 통해 국내 감독 당국이 개선할 점을 살펴봤다. 이를 위해 폴 조지 FRC 기업지배구조·보고 담당 전무도 참석했다. FRC는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원과 감독원을 합해 놓은 기관으로, 원칙중심 회계의 본산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심사와 감리를 구분하고, 심사 후 감리로 넘어가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의사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원칙중심회계의 올바른 정착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회계 감독이 올바르게 정착하려면 심사와 감리의 목표가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사는 자발적 수정공시를 유도해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감리는 사후적 제재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심사에서 감리로 넘어가려면 객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는 "영국은 25명의 패널이 심사 후 감리 진행 여부 등을 결정한다"며 "우리나라도 그러한 도구(tool)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한 교수는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심적 심리구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의 과정에서 상호 질문권을 보장하고 참고인 신문 등 증거조사신청 권한도 부여해야 충분한 대심제가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2페이지짜리 결정문에는 왜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짧은 감리 의결문 때문에 기업은 소송하더라도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고, 재판에서 인용을 받을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반면, 영국에서는 금융당국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충분한 분량의 결정문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의 권리가 잘 보장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형사법적 측면에서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형사처벌은 미필적 고의나 과실이 아닌 고의 판단에 의한 범죄를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의 구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성표 회계학회장을 좌장으로 김민교 LG전자 상무이사, 박권추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 박재환 증권선물위원회 비상근위원, 윤경식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감리조사위원장,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이사 등이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조성표 한국회계학회 회장은 "감독 당국은 사전 예방적 회계감독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원칙중심회계에서는 복수의 대안을 인정하고 전문가들의 논리적인 의견이 존중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감사인, 감독 당국, 그리고 학계 등 전문가들의 상호 신뢰에 기초한 협력관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바는 즉각 증선위의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한 바 있다. 지난 13일 삼바는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