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우디, 에너지 등 83억달러 경제협력 약속도시개발-석화 프로젝트 등 하반기 중동 특수 기대중국·일본 '자금', 미국·유럽 '기술' 밀렸지만… '외교력'으로 돌파
  • ▲ 문재인 대통령이 6월26일 청와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26일 청와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 사우디아라비아는 건설업계 최대 수주처 중 한 곳이었지만, 최근 들어 중국과 일본의 자금력, 미국‧유럽의 기술력에 밀려 수주 기회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으로 외교력을 이용한 돌파가 이뤄질 경우 해외건설 제2의 부흥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죠." (대형건설 A사 관계자)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첫 번째 방한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물론이고 도시개발 등 다양한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침체에 빠졌던 중동 수주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부총리와 회담을 했다.

    사우디는 한국의 제 1위 원유 공급국으로, 중동 국가 중 최대 경제협력 대상국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차기 왕위 계승자이자 제1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고 있으며 고령인 부친을 대신해 사실상 정상 역할을 하는 '최고 실세'로 꼽힌다.

    우리나라와 사우디는 회담에서 ICT, 자동차산업, 수소경제 등 협력 등에 관한 83억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 10건을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은 1962년 수교 이래 반세가 넘는 기간 동안 특별한 우호와 상생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양국이 공동번영과 상생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은 사우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비전 2030'의 전략적 파트너 국으로서 양국은 기존의 건설·에너지 분야를 넘어 ICT, 스마트인프라 등 신산업 분야, 국방·방산 등 전략적 분야, 보건·의료·교육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 등 협력의 지평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기존 석유 의존 경제에서 첨단기술과 투자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양국은 정무·안보·국방·문화 등 다양한 모든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라며 "양국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서로 창출하는 전략적이고 중요한 협력관계를 구축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와 자동차, 관광,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통상과 투자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얀부3 해수담수화플랜트 전경. ⓒ두산중공업
    ▲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얀부3 해수담수화플랜트 전경. ⓒ두산중공업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회담에서 원자력발전 기술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양국은 회담 후 채택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했다"며 "사우디 왕국은 최초의 상용원전사업의 입찰에 대한민국이 계속 참여할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는 탈석유 에너지 계획 기조 아래 2030년까지 200억~300억달러를 투입해 1400㎿급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현재 예비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은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도시개발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3월 총 380억달러 규모의 '리야드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총 4건의 사업으로 이뤄진 이 프로젝트는 킹 살만 공원, 스포츠 불러바드, 그린 리야드, 리야드 아트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킹 살만 공원은 용지만 13.4㎢에 달하고 1만2000가구 규모의 부동산 건설 사업도 포함된다.

    신도시 개발 등의 경험이 많은 국내 건설사들이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조만간 사우디개발청은 GS건설, 포스코건설, 해안건축 등 우리 기업과 도시개발 관련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당초 이번 왕세자 방한에 맞춰 MOU를 체결하려고 했으나, 일정이 연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사우디 라비(Rabigh)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뒤 MOU를 체결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에서는 네옴 신도시 사업(5000억달러)과 홍해 개발 프로젝트(100억달러) 발주도 예정돼 있다. '중동판 실리콘벨리'로 추진되는 네옴은 스마트시티 건설, 럭셔리 관광, 스포츠·문화 산업, 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2년 마무리될 예정인 홍해 프로젝트의 경우 1단계에는 공항, 요트 정박지, 주택단지, 레크리에이션시설, 3000개 호텔 객실 등이 포함됐다. 디벨로퍼를 지향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전망이다.

  • ▲ 자료사진. 현대건설이 2012년 준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카란 가스 처리시설'. ⓒ현대건설
    ▲ 자료사진. 현대건설이 2012년 준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카란 가스 처리시설'. ⓒ현대건설

    이미 가시화된 사업도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마르잔 필드 가스공사의 수주가 유력하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확정 통지만 남겨놓고 있으면 당초 이번 왕세자 방한 일정에 맞춰 공식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달 중 최종 통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전체 5개 패키지 중 2개 패키지이며 총 수주액은 2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산업도 아람코와 석유화학 프로젝트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사우디에서 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위한 협력을 증대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왕세자 방한과 더불어 유가 상승 기류를 타고 침체에 빠졌던 중동 수주가 다시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중동 산유국과 다국적 에너지 기업의 대형 발주가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집계를 보면 올 들어 1일까지 국내 해외건설 수주액은 11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5억달러에 비해 31.9% 줄어들었다. 그간 든든한 '텃밭' 역할을 해오던 중동 수주가 65억달러에서 36억달러로 반토막 난(-44.3%) 상황이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은 350억달러 규모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해외수주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국제유가도 상승하면서 중동 발주 확대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중동 지역에서 100억달러 안팎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 아시아권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수주액을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