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재 수출 규제 발효 이후 강경 대응정부. 업계 사실상 '장기전' 대비 나서이재용 부회장 이어 SK하이닉스도 사장급 급파… 협력사들도 일본行
  • ▲ 지난 7일 일본 출장 후 입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지난 16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오른쪽) ⓒ연합뉴스, SK하이닉스
    ▲ 지난 7일 일본 출장 후 입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지난 16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오른쪽)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사업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국내 반도체업계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소재 수출을 막은 직후 곧바로 현지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사장급 인사를 급파해 동향 파악에 나섰고 반도체 협력사들의 일본행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나흘 간의 일본 출장에 이어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거래선들과 관계자들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의 현지 일정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반도체 소재와 원자재 공급처를 방문해 경영진들과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협력사들도 일본행에 동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출장을 마치자마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DS사업부 등 유관사업부 경영진들과 함께 긴급 회의에 들어갔고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이 가동되며 실무선에서 본격적인 해결책 마련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부품과 장비, 소재 등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는 업체들도 일본으로 건너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이처럼 앞다퉈 일본을 방문하며 반도체 소재 수급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예상보다 한일 양국 간의 경색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초반에만 해도 정부가 상황을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자세로 접근했지만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일 경색 분위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경고 메시지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또 한번 대적했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현재 일본이 규제 품목으로 두고 있는 3대 핵심 소재 외에 추가적으로 소재 수출길이 막힐 상황을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실제로 추가적인 소재 수출에 규제를 가하게 되면 스마트폰이나 TV는 물론이고 가전 제조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련 협력사들이나 부품업체들도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현지 소재 조달처에 방문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점검해보는 게 급선무인 상황"이라며 "중국이나 유럽 등 일본 이외의 공급처를 찾는 일도 병행되겠지만 이로써 원활하게 대체가 가능할지는 더욱 확신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정치적 이슈로 생각하기에는 사안이 엄중해진만큼 당장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에선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발로 뛸 수 밖에 없다"며 "최고경영진급에서 위기감을 실감하기 시작하며 외교적인 해결 외에 각 사별로 자체적인 해결방안을 마련에 들어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