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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 전세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가 예상되자 주택 수요자들이 당분간 관망하며 전세로 돌아선 탓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1일 한국감정원 주간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의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2% 오르며 이달 들어 4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전셋값 상승폭이 크다. 서초구가 0.13%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강남구 0.04%, 송파 0.01% 순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실제 강남 재건축 대표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 76㎡ 전세 호가가 4억3000만∼4억7000만원, 전용 84㎡는 5억3000만∼5억7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올해 초 3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와 여름방학을 맞아 이사에 나서는 학군수요까지 몰린 탓이다. 여기에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방침이 전셋값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새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해 질텐데 누가 서둘러 집을 사겠느냐"며 "기존 세입자도 재계약으로 돌아서면서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야는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당이 민생법안으로 선정한 법안 가운데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전월세 상한제는 집주인 세입자와 재계약을 할 때 올릴 수 있는 임대료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주택임대차 계약을 맺고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하면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들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탓에 국회 문턱을 번번히 넘지 못했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 여론이 강하게 형성될 전망이다.
최근 전셋값이 요동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후 1.88%였던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009년 4.55%, 2011년 16.21%로 뜀박질하며 전세난을 가중시킨 바 있다.
게다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후보자 시절부터 도입 의지를 피력해 왔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 전 임대료를 미리 올리는 등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료 규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단기적으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전월세가 급등이, 중장기적으론 전월세 공급부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