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로 선제공격 뒤 일대일 담판 의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 카드 꺼내들 우려"탄핵 정국으로 리더십 부재, 韓 한계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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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다음달 2일(현지시간)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과 새로운 협정 체결을 맺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경우 미국가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한미 FTA 재협상 또는 새로운 협정 체결을 압박하며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상호관세와 관련해 "미국은 새로운 기준선을 재설정하고 이후 국가들과 잠재적인 양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며 "그래야 우리 무역이 공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공정성과 상호성의 새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협상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이 발언은 내달 2일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로 선제공격한 뒤 무역 상대국과 일대일 담판을 통한 새로운 무역협정으로 무역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또 세계 각국이 상호관세 면제 또는 최소화를 요청하고 나섰지만 미국 측은 상호관세 부과를 내달 예외없이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루비오 장관은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비춰볼 때 한국 역시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두고 대표적인 대미 흑자국이라고 콕 집어 언급하는가 하면, 최근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국은 미국 관세의 4배'라며 한국 관세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바 있어서다.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이후 관세를 먼저 때린 후 담판 협상을 이어가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관세를 무기 삼은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내달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무역 재협상 수위와 내용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미국이 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면 한미 FTA 재개정 또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은 과거 대공항 당시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제정해 수입품에 대해 최고 400% 관세를 매기고 양자 간 무역협정 체결로 관세를 낮춘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관세를 먼저 때리고 미국 현지투자 확대 등 상대국이 내민 협상카드에 따라 기존 무역협정을 다시 적용하거나 아예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특히 협상 테이블에는 농축산물이 주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산 밀·옥수수 등 29개 품목에 15%, 돼지고기·소고기·수산물 등 711개 품목에 대해 10%씩 관세율을 높이는 보복관세를 단행해서다.미국 내 주요 농산물 생산지인 아이오와 등은 공화당 텃밭인만큼 중국 보복관세로 인한 농축산물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한국 등에 농축산물 수입 개방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매년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월령제한 조치와 사과, 블루베리, 체리 등 과일과 유전자변형농산물(LMO) 등에 대해 문제 삼아왔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농축산물과 관련한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농축산물 수입 개방은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노련한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럼에도 한미 FTA 재개정 등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 등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스타일이어서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양자협상을 마무리 지어 본인의 성과를 가져가고,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길 원하는 인물"이라며 "국회 동의가 필요해 시간이 소요되는 한미 FTA 재개정보다는 양국 간 행정부 합의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나, 지금 단계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이어 장 원장은 "아무래도 미국 측은 한국에 보다 더 많은 농축산물에 대한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정치적 사건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정부로선 굉장히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이며, 미국 협상을 비롯해 국내 의견수렴과정도 거쳐야해 농축산물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단기간에 끝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에 농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미국은 농업 최대 강국인 만큼 경쟁력 약화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정책국장은 "내년에 미국 소고기 관세가 제로화되는 상황에서 비관세 장벽인 '개월령'까지 철폐된다면 한우 농가는 한계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경영인중안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미국 농축산물 수입 개방이 확대되면 국내 보안대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앞선 개방으로 국내 농축산물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인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국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상황으로 향후 한미 FTA 재협상 요구나 새로운 협정 체결 요구에 있어 대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도 번진다.곽노성 교수는 "리더십 부재는 한국의 한계로 작용해 불리할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면서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듯이 부처, 기업, 협회 등 각 경제주체들이 개인 인맥을 통해서라도 접촉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미국 카운터파트와 만나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한미 FTA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고, 결국 상호관세는 서로간의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인 만큼 미 국무장관 발언은 이같은 것이 담보될 수 있는 무역협정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면서 "현재로선 예단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계속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면서 발언의 의도 등에 대해 파악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