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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집값 상승폭이 커지면서 전세보다 매매가 유리했지만, 현재는 주택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자금 확보가 쉽지 않고 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도 늘어나면서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또 앞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와 기준금리 인하 등의 변수도 상존하면서 의사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18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 전세에서 아파트 매매로 갈아타기 위한 매매전환비용은 1억262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3배 비싼 3억8421만원이 필요하다.
매매전환비용은 세입자가 같은 지역의 아파트를 매매로 전환할 때 2년 전 보증금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가격을 말한다. 임차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전세 재계약을 할 것인지 매매로 갈아탈 것인지 판단할 때 비교하는 가격이다.
하반기 매매전환비용은 현재 평균 매매가 3억6534만원에서 2년 전 평균 전셋값 2억3914만원을 제외한 수치다.
하반기 매매전환비용은 지난해 9.13대책 이후 금액인 1억3352만원(11월)과 비교하면 732만원(5.48%) 줄었다. 정부의 규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및 세금 규제와 입주물량 증가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아파트 매매가가 올 들어 0.04% 하락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매전환비용이 1000만원 이상 감소한 곳은 △울산 -1620만원 △부산 -1558만원 △강원 -1389만원 등 세 곳이다.
부산과 울산의 경우 정부 규제에 지역산업 침체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매수심리도 위축돼 부동산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은 늘어나는 입주물량으로 아파트값이 하락세다. 수도권은 경기(-633만원), 인천(-320만원), 서울(296만원) 순으로 줄었다.반대로 9.13대책 이후 매매전환비용이 늘어난 것도 있다. ▲세종 3832만원 ▲광주 1435만원 ▲대전 440만원 ▲대구 470만원 ▲전남 105만원 등은 상승했다.
2년 전 세종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52.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2년 전 세종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3951만원인 반면 매매가는 2억9953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밖에 광주(7.19%), 대전(4.13%), 대구(4.14%), 전남(3.88%) 등은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 2년 동안 전국(3.65%)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서울을 비롯한 광주, 세종, 대구의 경우 2년 전에 전세 재계약보다 집을 매입했더라면 현재보다 내 집 마련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전세 계약 시점의 매매전환비용과 비교하면 △서울 1억1315만원 △광주 934만원 △세종 705만원 △대구 583만원 등 4곳은 부담이 오히려 증가했다.
2년 전 서울 전세 거주자는 2015년 6월 기준 보증금 3억4649만원에 2억7106만원을 추가하면 6억1755만원에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었다. 올해 6월 기준 매매전환비용과 비교하면 1억1315만원 낮은 금액이다. 전세거주 2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7.2% 오른 반면 전셋값은 2.0% 오르는데 그치면서 상승률 차이가 9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1290만원으로, 2년 전 6억1755만원에 비해 1억9535만원(31.6%) 올랐다. 전셋값은 같은 기간 매매가 상승분의 17.3% 수준인 3386만원 오른 4억625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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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 거주자가 아파트로 내 집 마련 전환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받더라도 구입자금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8억1290만원에서 LTV 40%를 적용한 3억2516만원을 빌리고, 2년 전 전세금 4억2869만원을 제외하면 5905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2년 동안 매월 246만원씩 모아야 하는 셈이다.
만약 전세자금대출자일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차액 상환까지 고려하면 필요자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이미윤 리브온 차장은 "9.13대책 이후 아파트 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매매전환비용의 추가 비용 부담은 줄었지만, 대출규제로 절대적인 주택 구입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유사한 추이를 보이는 통계는 더 있다. 올해 1분기 서울의 'KB 아파트 주택구입부담지수(PIR, Price to Income Ratio)'는 집계를 시작한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10.5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중간소득계층이 중위아파트를 구입할 때 10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전세 재계약은 지역별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용은 200만원으로, 2013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3387만원 ▲광주 1934만원 ▲전남 1192만원 등 세 지역은 1000만원 이상 전세 재계약 비용이 늘었다.
이에 반해 △울산 -2685만원 △경남 -1812만원 △경북 -1025만원 등은 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경기도는 436만원 줄었다. 경기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 평균 14만5000가구의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하락 중이다.
이미윤 차장은 "향후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지거나 보합을 유지한다면 전세 재계약을 유지하면서 아파트 분양이나 미분양을 선점해 신규 아파트로 갈아타는 전략도 고려할만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경우 매매로 갈아타기도 쉽지 않고 재계약 비용도 늘어난 만큼 쉽게 결정하지 못할 상황이 됐다.
더군다나 분양가 인하에 따른 기존 아파트값 변화가 정체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오르면서 최근 들어 인근 지역으로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민간택지까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등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차장은 "상한제가 확대되면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 분양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분양을 받기 위해 전세를 유지하려는 '전세 선호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수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