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끌어온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이 부회장, 최대 1년까지 경영활동 '저당'미중 무역분쟁·실적악화·日 수출규제 등 '최악의 한 해'
  • ▲ 충남 아산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경영진 모습 ⓒ삼성전자
    ▲ 충남 아산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경영진 모습 ⓒ삼성전자
    삼성이 올들어 미중(美中) 무역분쟁, 실적악화, 일본의 소재수출 규제 3중고를 겪고 있는데 이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또 한번 고초가 예고된다. 통상 파기환송심이 열리기까지 3~4개월이 걸리지만 재상고를 포함하면 최대 1년까지 절차가 길어질 수 있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 경영행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미중 무역분쟁과 실적악화, 일본의 소재수출 규제로 3중고를 겪고 있는 삼성이 이번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결정으로 또 다시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삼성이 정유라에 제공한 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해 원심의 판단에는 뇌물수수와 부정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며 "원심의 결과를 파기하고 서울 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삼성은 앞으로 4개월 여 남은 올 한해도 위기감 속에 보내게 됐다. 올해는 물론이고 파기환송심이 열리게 될 때까지 최대 1년까지 절차가 길어질 수 있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남은 재판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동시에 리더십 리스크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는 특히 삼성에게 '잔인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말부터 대외적인 변수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우려됐던 일들이 하나 둘 현실 문제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을 부추긴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에 수위를 높이며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웠다. 특히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IT업계에 집중 제재를 가하면서 글로벌 IT업계도 이에 따른 타격과 반사이익을 동시에 받았다. 그 중 삼성전자가 대표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글로벌 IT기업으로 불확실성을 떠안으며 여러 변수를 고려한 경영활동을 펼치느라 고군분투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버팀목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된 것도 올해 삼성이 겪은 고비 중 하나다. 지난해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거치면서 올해가 반도체 업황의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왔지만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반도체 가격하락과 수요 감소가 이어지면서 세계 1등 삼성전자도 어려움을 피할 순 없었다. 올 상반기에만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60% 가까이 급감하며 13조 원 밑으로 떨어져 최악의 업황을 실감했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실적 측면으로도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소재 3종(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데 이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강공책을 펼치면서 위기는 극에 달했다. 특히 일본이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규제 대상에 올리면서 미래 사업까지 저격 당했다는 한탄이 이어졌다. 일본이 삼성에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등 일부 수출 허가를 내고는 있지만 올해와 내년까지도 불확실성은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이미 3년 넘게 끌어온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이재용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의 재판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 삼성의 경영 공백과 리더십 부재 상황으로 올해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외 변수에 시름하고 있는 삼성의 현안을 챙기기 위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번 파기환송심 결정으로 또 다시 당분간은 수사와 재판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는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