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文과 만나 2025년까지 41조 투자 약속美 관세 결정 한달 앞두고는 세타2 엔진 평생보증 발표앱티브와 합작회사 설립 등 굵직한 이슈 쏟아내…지배구조 개편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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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타2 GDI엔진 평생 보증을 약속하며 불확실성을 조기에 없애는가 하면,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차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적 주가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내린 정 부회장의 과감한 결정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11일 한국과 북미에서 결함 논란에 휩싸인 ‘세타2 GDi 엔진’ 장착 차량 469만대의 엔진에 대한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7억7500만달러(약 9200억원)를 충당금으로 3분기 실적에 즉각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발표가 있기 전 현대차는 올 3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예상됐다. 하지만 6000억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일시에 반영하며 동기간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과감한 결정을 한 배경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적이 회복세일 때 불확실성을 하나씩 털어내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결정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발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올해 초 수입차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규정,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고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최고 25%에 달하는 관세 부과 여부는 다음달 중순께 결정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현 시점에 세타2 엔진 평생 보증을 발표, 미국 내 집단소송을 해결하려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의 긍정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려는 한다는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타2 엔진 이슈는 언젠가 한번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며 "3분기 실적 회복으로 여유가 있을 때 불확실성을 털어버리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미국 통상법 문제도 아직 어찌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미국에 밉보일 필요가 없다"며 "미국 정부에 현대차가 집단소송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 15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에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2025년까지 41조원을 투자하겠다 약속했다. 전기차·수소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이 투자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2025년까지 신차의 절반 수준인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친환경차 비전도 밝혔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완전자율주행, 플라잉카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수소전기차와 함께 미래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 나갈 신기술이다.

    완전자율주행을 위해 해당 분야 세계 톱티어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플라잉카 개발을 위해선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Urban Air Mobility)사업부’를 신설했다.

    주목할만 한 점은 이 모든 발표들이 한달이 채 안되는 기간에 모두 이뤄졌단 것이다. 특히 41조원이란 대규모 투자를 5년이나 앞선 시점에 알렸다는 것은 미래차 사업에 대한 정 부회장의 의지를 강조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이란 시각이 강하다.

    업계 안팎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내년 쯤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달부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앱티브와 합작회사 설립, 세타2 엔진 평생 보장 등 굵직한 이슈를 꺼내들었다"며 "불확실성 제거와 미래사업 투자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또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