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6위 무궁화신탁 경영개선명령…책임준공에 발목공기지연·미분양탓 건설사도 채무인수·손해배상 우려↑현대·대우·롯데 관련대출 10조 상회…책준 회피 안간힘
  • 건설업계 책임준공 리스크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신탁업계 6위 무궁화신탁이 무리한 책임준공사업 확장 여파로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받자 일선 건설사들도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공사비 상승, 자재수급 지연으로 공사기간(이하 공기)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가운데 미분양까지 늘면서 건설사들의 책임준공 '독박'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무궁화신탁에 대한 경영개선명령 부과를 의결했다. 경영개선명령은 재무건전성이 일정기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 경고조치다.

    부동산 호황기 무리하게 확장했던 책임준공사업이 무궁화신탁 발목을 잡았다.

    권대영 사무처장은 이날 정례회의에서 "무궁화신탁의 책임준공형사업 규모가 2019년 679억원에서 2022년 1조원대까지 늘어났다"며 "독립계 부동산신탁사들은 책임준공을 이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책임준공이란 시공사·신탁사가 기한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 공사비 증액분과 금융비용을 전액 떠안거나 손해배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추진할 때 자금조달을 맡는 금융사가 시공사·신탁사 책임준공 확약을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공기지연, 미분양리스크가 커지면서 책임준공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책임준공 관련 PF대출 규모는 7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3분기 기준 10대 건설사 부동산PF 책임준공 약정대출 규모는 68조5679억원으로 지난해말 68조2724억원대비 2955억원 늘었다.

    현대건설(별도기준)이 10조898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우건설 10조1559억원, 롯데건설 10조140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사업장이 많아질수록 책임준공 PF대출 규모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단순히 대출액수가 많다고 해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미분양 발생 등에 따라 뇌관으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 이미 건설사가 책임준공 관련 채무를 떠안는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지사글로벌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 참여중인 GS건설은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지난 4월 1312억원 규모 부동산PF 채무를 인수했다.

    지난 2월엔 금호건설이 경기 수원시 오피스텔 신축사업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612억 채무를 떠안았다.

    같은달 동양은 충북 금왕 물류센터개발사업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1800억원 채무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2월엔 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안성 물류센터와 관련해 995억원 규모 채무를 인수했다.

    건설사들의 책임준공 리스크가 가중되자 정부는 지난 14일 '부동산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 시행·건설·금융업계가 참여하는 '책임준공 TF'를 구성, 책임준공 부담이 건설사에 집중된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건설사들도 책임준공 사업장을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조합의 책임준공확약서 제출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입찰지침서에서 책임준공확약서 제출을 제외하기로 했고 결국 삼성물산과 현대건설간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또한 DL이앤씨는 책임준공 확약 없이 천안 성성호수공원 공동주택 신축사업에 참여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책임준공사업 비중을 점차 줄여가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면서도 "책임준공을 통한 신용보강을 당연하다는듯 건설사에 전가시키는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