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사장단 인사 단행장재훈 사장 승진… 부회장 체제 부활새 대표에 호세 무뇨스 COO…첫 외국인싱크탱크 수장엔 트럼프 인맥 성 김 영입
  • ▲ (왼쪽부터)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사장. ⓒ현대차그룹
    ▲ (왼쪽부터)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사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에 외국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선임하고, 싱크탱크 수장에 트럼프 인맥인 성 김 전 대사를 임명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트럼프 2기 시대 개막 후 격변하는 대외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5일 현대차그룹은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CEO에 선임하는 내용을 담은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이 다시 나오기는 3년 만이고, 외국인 CEO가 탄생한 건 처음이다.

    장재훈 부회장은 2020년 말 현대차 대표 취임 이후 공격적인 사업전략과 기민한 시장 대응 등으로 성장을 이끌며 현대차를 글로벌 완성차그룹 매출 3위 반열에 올려놨다. 수소 이니셔티브 주도, 인도 IPO 성공 등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도 성공적으로 마련했다.

    향후 장 부회장은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면서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고, 원가·품질혁신을 위한 기반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도할 예정이다.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에는 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인 호세 무뇨스 사장이 보임됐다. 현대차그룹 내 사상 첫 외국인 CEO 탄생으로, “실력이 있으면 국적 나이 성별을 따지지 않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결과다로 풀이된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1989년 푸조·시트로엥 스페인 딜러로 자동차 판매 부문에 몸담은 후 옛 대우차 이베리아법인 딜러 네트워크 팀장을 거쳐 1999년 도요타 유럽법인 판매, 마케팅 담당을 지냈다. 2004년 닛산으로 옮겨 유럽법인 판매 및 마케팅 담당, 멕시코 법인장, 북미 법인장, 중국 법인장, 전사성과총괄(CPO) 등 요직을 거쳤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 2019년 현대차그룹에 합류,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겸 미주권역담당을 맡았다.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통해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COO 보임과 더불어 현대차 사내이사로 역할이 확장됐다.

    무뇨스 사장이 합류한 뒤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량은 2018년 68만대에서 지난해 87만대로 증가했다. 특히 가솔린 세단보다 수익성도 좋은 SUV와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판매 호조에 미국법인 매출은 15조2928억원에서 40조8238억원, 순이익은 3301억원 순손실에서 2조7782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공헌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 업계 내에서 검증된 경영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며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현대차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울러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Sung Kim)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성 김 사장은 글로벌 대외협력,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및 연구, 홍보·PR 등을 총괄하면서 대외 네트워킹 역량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의 최고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왔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필리핀과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맡아 ‘트럼프 인맥’으로 분류된다.

    성 김 사장은 미국 국무부 은퇴 후 2024년 1월부터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보조금 폐지를 추진키로 하는 등 불안한 대외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성 김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최준영 부사장과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규복 부사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현대트랜시스 대표이사에는 백철승 부사장, 현대케피코 대표이사에는 오준동 부사장을 각각 내정했다.

    현대건설 대표이사에는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 부사장,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는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을 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현대트랜시스 여수동 사장, 현대케피코 유영종 부사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부사장은 고문 및 자문에 위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역량·성과를 중심으로 글로벌 차원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며,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이어 12월 중순에 있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성과 중심의 과감한 인적 쇄신뿐 아니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육성 및 발탁 등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