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안전성·시장 활성화 확보…정보 비대칭 해소까지는 요원"
  • 증권업계가 차별화된 비상장주식 플랫폼을 선보이며 시장 인프라 조성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비상장주식 거래 니즈를 반영한 비상장주식 플랫폼을 통해 시장 인프라 확립에 힘쓰고 있다.

    첫타는 유안타증권이다. 9년여 전부터 비상장주식 중개거래를 전면적으로 사업화한 유안타증권은 이 노하우를 담은 '비상장레이더'를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MTS 기반 비상장주식거래 앱 '비상장레이더'는 통일규격주권에 한해 거래하고 있으며, 10월현재 거래가능 종목 수는 155곳, 거래금액은 12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거래수수료는 1%를 받는다.

    가장 활발하게 비상장주식거래가 이뤄지는 1:1 거래 게시판 형태인 38커뮤니케이션과 제휴해 비상장주식거래 시세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 오랜기간 사업을 진행해온만큼 탄탄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한 종목 수요도, IPO, IR 등 다양한 회사 정보를 거래 종목 선정 및 정보 제공에 반영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만큼 매도 주식과 매수자금 안전결제가 이뤄진다.

    최근 삼성증권도 후발주자로 나섰다. 삼성증권은 두나무, 딥서치와 합작해 '증권플러스비상장'을 내주 초 선보일 계획이다. 형태는 MTS 기반 앱인 유안타증권과 비슷하지만 사업 구성과 향후 방향에서는 좀더 확장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앱을 통해 제공되는 최초 거래 매물은 100곳으로, 추후 4000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안타와 마찬가지로 통일주권에 대해 국한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통일주권 발행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비상장거래기업으로 넓힌다. 거래수수료는 논의 중이다. 향후 비통일주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 외에도 3사의 각사 역량을 결합한 기업정보의 정확도, 거래 안전성은 삼성증권 측이 강조하는 강점이다.

    코스콤은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등과 협약해 오는 11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상장주식거래플랫폼 '비마이유니콘'을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비통일주권 거래에 국한되는 차이점이 있다.

    증권사들의 참여 외 제도권 플랫폼의 형태로도 이미 비상장거래주식 시장 인프라는 확충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거래대상 기업과 거래주체 등에 따라 K-OTC·K-OTC BB·K-OTC PRO 등 차별화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K-OTC에서는 MTS 앱 등을 통해 통일주권에 한해 135개기업(매출액 9억원이상, 감사의견적정 등)이 34개증권사 중개로 거래되고 있으며, K-OTC BB는 호가 게시판 형태로 별도의 외형 기준 충족 없이 422개 기업이 10개증권사를 통해 거래된다. 제도권 플랫폼이라는 장점 외에도 증권사 자체 플랫폼보다 다양한 증권사가 거래를 중개하니 투자자들의 편의성이 도모된다는 장점이 있다. K-OTC에서 부과하는 수수료는 증권사가 0.09% 부담하고, 거래 시 수수료는 증권사별로 대동소이하다.

    한국거래소도 비상장주식거래 시장 KSM 전용 앱을 운영하고 있다. 거래 대상은 비상장기업 중 크라우드펀딩성공기업, 정책금융기관 추천기업으로, 앱을 통해 당사자들끼리 1:1 비대면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같으면서 다른 플랫폼, 시장인프라 확립…정보비대칭 해소까지는 갈길 멀다"

    증권업계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은 시장의 투자 니즈의 반영이다. 대체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스타트업시장이 성숙하는 환경과 맞물려 국내 비상장주식 거래금액은 이미 2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제도권 시장 거래액은 1조원, 사설시장 거래액은 19조원 규모다. 대부분이 사설시장에서 거래되면서 '깜깜이' 투자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돼왔다. 증권사도, 제도권도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에 집중해 시장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이미 드러난 악성코드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인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에서 전체 거래 대상 기업의 극히 일부만 증권사 등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면서 "거래 플랫폼 사업자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은 매수자 입장에서 훨씬 유리한, 양성화된 환경이 되는 것으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제도권 외 증권사들도 비상장주식 플랫폼을 만들어감으로써 거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비상장주식거래 정보의 비대칭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비상장주식거래가 각광을 받아가고 있다지만 증권사들은 돈이 되지 않는 코스닥기업은 물론 비상장기업에 대해 리포트를 만드는 데에 매우 소극적"이라면서 "비상장기업들도 정부 지원으로 기업 부담액 30만원이면 만들 수 있는 기업리포트를 잘 만들려 하지 않고,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탐방도 부담스러워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