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구 등 지방정비사업 수주경쟁 치열공공택지 끊겨 지자체·공공기관 부지 '고가 베팅'10개 대형사 수주잔고 전기대비 2조원 '뚝'
  • ▲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정부규제가 잇따르면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일감이 줄어들자 대형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공공택지 공급마저 끊겨 '집 지을 땅' 확보에 나선 건설사들은 출혈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수주잔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향후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대전시 정비사업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유성구 장대 B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현대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계룡건설 등 4개사 컨소시엄과 단독입찰한 GS건설은 각각 제시한 사업조건을 조합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합측은 이달 30일 한차례 더 설명회를 갖고 다음달 7일 시공사선정 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사업지임에도 대형사들이 집중한 이유는 장대B구역 사업이 공사비만 8000억원 이상인 대형 일감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유성구 장대동 14-5 일대 9만7213㎡에 아파트 3072가구와 오피스텔, 판매시설 등을 짓는 대형사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8000억원이 넘는 대형사업인 만큼 각사 모두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벌써부터 과열경쟁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마감한 대구 봉덕 대덕지구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롯데건설과 금성백조주택이 출사표를 던졌다. 사전 현장설명회에서 8개 건설사가 참여해 수주 마케팅을 펼쳤지만 조합이 건설사들의 공동도급을 불허해 2개사로 압축됐다.

    지난 15일 입찰을 마감한 대구 동구 신암9구역 재개발사업은 현대건설과 계룡건설이 수주전을 펼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10일 총 공사비 8500억원에 달하는 광주북구 풍향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 51%의 표를 받아 아슬아슬하게 롯데건설을 제쳤다.

    이처럼 최근 서울을 비롯해 지방에서도 대형사간, 대형사와 중견사간 수주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서울에서 정비사업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일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공공택지 공급이 끊기자 지자체나 공공기관 보유 부지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우건설은 지난달 9만5088㎡ 규모의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6지구 공동주택용지A1·A2블록을 5700억원에 낙찰받았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보유했던 이 부지는 아파트 1674가구를 지을 수 있다. 특히 이부지는 최저입찰가(2735억원)의 2배가 넘는 금액에 낙찰돼 부지난을 실감케 했다. 

    GS건설도 지난 7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6공구 A10블록(10만2444㎡)를 5110억원에 낙찰받았다. 인천시가 공급한 이 부지 역시 최저입찰가(2748억원)보다 185%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2기 신도시 이후 공공택지 공급이 거의 중단되자 토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가 베팅'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며 수주잔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시공능력평가순위 10대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제외)의 수주잔고 총계는 242조8416억원으로 2분기 수주잔고 총계보다 1조9693억원(0.8%)이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 수주잔고가 늘어난 곳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3곳뿐이고 나머지 6개사가 모두 줄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토지 확보에 출혈경쟁도 불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민간물량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