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일정에 밀려 동력 상실·기재부-국회·학계 의견도 상이
  • 올해 증권거래세가 인하되면서 탄력받았던 추가 세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정부가 세수 확보 차원에서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가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새 판이 짜지면서 본격적인 법개정 논의는 내년 말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을 통해 진행 중인 '주식시장 과세체계 개편방안'의 연구용역 결과가 내년 2월 도출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등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손실과 수익을 함께 계산해 실질적인 양도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법 폐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거래세 인하 시행 이후 탄력을 받았던 추가 세제 개편 논의가 지연되는 모양새다.

    정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듣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국회 일정상 관련 논의는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추경호 의원실 관계자는 "2월 연구 결과를 보고받는다고 할 때 11월 조세소위 쯤에야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총선이 지나면 의원, 상임위원회 구성 모두 새롭게 판이 짜지는 것인데 올해 여야 공감대 속에 탄력이 붙었던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 역시 새로 힘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일정과 더불어 정부와 국회 간 거래세 폐지에 대한 온도차가 있다는 점도 좀처럼 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추경호 의원 등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논의하는 정책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이견을 드러냈다. 장형규 기재부 세제과장은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본시장 발전의 근원적 문제이고,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과세 체계라고 하지만, 세수 부담은 누가 할 것인지와 조세 형평성 문제는 고민해 볼 문제다. 거래세 폐지가 자본시장에 도움을 준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거래세가 아닌 자본시장 양도소득세제를 손보는 것을 검토 중인 상황이지만 국회와 학계는 여전히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증권거래세가 인하된 이후 업계는 증권시장과 관련한 정부의 세제 정책 방향성을 확인하는 성과는 있었지만 실제 시장에 미친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거래세 인하로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였지만 주식시장 활성화를 누리기에는 세율의 인하 폭이 작고, 대내외 악재로 이전투구 중인 국내 주식 시장의 악재를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게 학계와 국회 등의 주장이다.

    실제 한국거래소 마켓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제도 시행 6개월인 지난 11월 기준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286억원으로, 제도 시행 전인 지난 5월 4조3301억원보다 늘었지만 코스피의 경우 5조3170억원으로 5월 5조3828억원보다 줄었다. 

    야당 관계자는 "6~8년간 단계적으로 거래세를 폐지하는 방향이 국회안이지만 여기에 부정적인 정부는 미리 방향의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내년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세 폐지 시 4조~6조원에 달하는 안정적인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로 인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원은 "현재의 세율 인하로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지라도 체감하기에는 미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면서 "거래 확대에 일정 수준 가시적인 영향을 나타내려면 장기적으로 접근하되,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폐지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