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동박 제조업체 KCFT 인수화학 부문 지분-SKC코오롱PI 매각 등 자본 확충시너지-중장기 성장동략 전망 속재무안정성 불안 상존도
  • ▲ 서울 종로구 소재 SKC 본사. ⓒ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소재 SKC 본사. ⓒ연합뉴스

    동박 제조업체 KCFT 인수를 계기로 2차전지 소재기업으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SKC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인수금액이 자기자본의 75%에 달하는 등 당초 시장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세계 1위의 기술력과 국내 전방업체들의 글로벌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화학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인 SKCPIC를 설립하고 신설법인의 지분 49.0%를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KPC의 화학계열사인 PIC에 매각한다.

    SKC는 2020년 1월1일을 분할기일로 물적 분할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1월31일 지분의 49.0%를 PIC에 매각할 예정이다. 지분 매각대금은 5358억원이다.

    SKC의 화학사업 부문은 프로필렌옥사이드(PO), 프로필렌글리콜(PG)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SKC 연결기준 EBIT 70% 이상을 창출하고 있는 핵심사업 부문이다. 핵심제품인 PO, PG 제품군에서 계열 차원의 수직 계열화된 생산체계와 국내 독과점적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우수한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물적 분할 및 지분매각의 주요 목적은 화학사업 부문의 글로벌 사업역량 강화 및 KCFT의 인수자금 확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합작사인 SKC코오롱PI의 매각 수순도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달 글렌우드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절차를 진행 중이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각각 해당 지분을 27.03% 보유하고 있으며 SKC 보유지분 매각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사업 지분과 SKC코오롱PI 지분 매각시 자본금이 약 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내년 초 화학사업 지분을 매각하고 KCFT 인수를 마치면 SKC는 화학기업에서 2차전지 소재 등 고부가 제품을 공급하는 특수화학기업으로 변모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 ▲ 전북 정읍시 소재 KCFT 공장. ⓒSKC
    ▲ 전북 정읍시 소재 KCFT 공장. ⓒSKC

    앞서 SKC는 6월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동박'을 양산하는 KCFT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전기용 동박은 전기차를 비롯해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 기기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핵심소재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배터리 4대 소재 중 음극에 쓰이는 소재다.

    음극소재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동박은 2차전지의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구리로 얇은 막을 만들어 음극활물질을 채우는데, 얇게 만들수록 더 많은 음극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배터리의 고용량화와 경량화가 가능하게 된다.

    KCFT는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가 LS엠트론 동박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기업이다. 1996년부터 동박을 양산한 KCFT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차전지 동박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하며 세계 1위 동박 소재기업으로 올라섰다.

    특히 2013년 6㎛(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동박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10월에는 4㎛ 두께의 동박 개발에 성공했다. 모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SKC가 KCFT를 핵심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주력사업도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소재사업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는 SK그룹의 전략과 결을 같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완성품, SK실트론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 인수 등 SK그룹은 모빌리티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CFT의 현재 생산능력은 2만톤 수준이지만, 연내 증설이 완료되면 3만1000톤까지 늘어나게 된다. 자회사 SKC Inc,와 MCNS가 보유한 미국 및 폴란드 부지를 활용한 추가 증설을 통해 시너지를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만 2030년까지 생산규모를 23만톤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인수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2020년 이후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이 있는 미국 조지아 등 해외에서 공장 증설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SKC는 2021년부터 폴더블폰에 사용되는 투명 폴리이미드필름 판매 본격화, 100만㎥/년 생산규모의 투명 PI 및 코팅 공장 완공 등을 통해 향후 사업의 이익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 KCFT의 초극박 동박 롤. ⓒSKC
    ▲ KCFT의 초극박 동박 롤. ⓒSKC

    SKC는 당장 내년 1분기부터 SKC코오롱PI 및 화학 부문 지분 매각에 따른 이익과 KCFT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2020년 KCFT의 매출액은 506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힘입어 SKC의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KCFT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1035억원으로, 지난해 SKC 영업이익 2011억원의 51.4%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SKC는 내년 2668억원, 2021년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년간 우레탄 원료인 PO와 광학용 PET필름이 SKC의 주력사업이었으나 올해 중반부터는 거침없이 사업구조조정에 나섰다"며 "제2의 반도체 산업이라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편승해 내년부터 실적 우상향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SKC가 오랜 필름사업 경험을 통해 축적한 박막 재단기술(Role to role 기술 등), 불순물 관리기술 등의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인수 이후 KCFT의 동박 제조기술과 결합돼 생산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사업적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전기차시장 확대로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산업의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동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보유자산 매각으로 매각대금을 마련하더라도 대규모 인수자금 부담으로 인해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장기차입금(2673억원)과 사채(7441억원)가 각각 4년, 3년 연속 증가하면서 차입금 규모(1조3034억원)가 3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1조7372억원)도 늘어났지만, 차입금 규모 증가로 차입금의존도(75.0%)는 3년 연속 악화됐다.

    차입금 증가에 따라 이자비용(423억원)도 3년 연속 증가해 이자보상배율도 3점대를 유지하다가 2점대로 낮아졌다.

    이 관계자는 "인수자금과 관련 일시적으로 차입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KCFT 설비 증설로 인한 추가적인 자금소요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자금소요는 SKC의 재무안정성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