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경쟁 치열, 앞다퉈 수수료 인하-조직개편퇴직금 규모, 지난해 KEB하나銀이 우리銀 앞서수익률은 신한은행이 독보적, 국민은 규모 1위
  • ▲ 신규금액: 각 연도별 적립금 증가액.ⓒ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실.
    ▲ 신규금액: 각 연도별 적립금 증가액.ⓒ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실.

    정부가 퇴직연금시장 확대를 추진하면서 은행들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 쟁탈전이 한창이다.

    은행들은 저마다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수익률 1위 은행’을 내세우는 등 시장 강호(強豪) 이미지를 얻으려고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은행 간 수익률과 적립규모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4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별 IRP 적립금, 수익률 현황’에 따르면 IRP를 취급하는 국내 12개 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적립금(원리금보장+비보장)은 총 15조9436억원으로 나타났다.

    2018년 한해 적립금액인 12조9303억원 보다 기간은 짧지만 23%(3조133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약 4년 전인 2015년 말 7조2297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IRP는 2012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의 한 유형이다. 근로자가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본인 명의의 계좌에 적립해 55세 이후 연금화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원래 퇴직연금제도 가입자에 한해 운영되던 제도지만 2017년 법 개정 이후 단시간 근로자, 자영업자 등도 가입이 가능하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의 적립금 성장률이 눈에 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말 연간 적립금 증가액이 9035억원(원리금보장+원리금비보장)에 불과했으나 2018년 말 1조9471억원으로 116%(1조436억원)늘었다. 지난해 9월 말에는 2조6118억원으로 수년째 3위 자리를 지켜온 우리은행을 앞질렀다.

    신규액 규모만 봐도 타 은행대비 성장이 눈에 띈다. KEB하나은행의 IRP신규액은 2016년 1377억원에서 2017년 2458억원, 2018년 6601억원, 2019년 3분기에는 6647억원로 해마다 두 배 이상씩 세를 불리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해들어 KEB하나은행에 밀리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 말 적립금이 1조1979억원(원리금보장+원리금비보장)으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2018년 말까지 3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적립금 규모 2311억원 차이로 KEB하나은행에 자리를 뺏겼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0년 이후 IRP 적립금 규모가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3분기에만 전년 말 대비 7834억원이 늘어난 IRP적립금 총액이 4조 4056억원을 기록하며 은행권 최초로 ‘IRP 4조클럽’에 입성했다.

    다만 IRP 수익률 성적표는 아쉽다. 국민은행의 IRP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8%로 2018년 –0.29% 보다 나아졌지만, IRP 적립금 총액 규모가 국민은행보다 적은 신한은행보다 0.77%포인트 뒤처져있다.

    신한은행은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3분기 IRP수익률은 1.85%로 IRP 취급은행 12곳 중 단연 1위다. 전년 말 대비 1.71%나 증가한 것으로 타행들과의 수익률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해 6월 퇴직연금 역량집중을 위해 매트릭스 조직형태인 퇴직연금사업부문을 통합 출범해 시너지를 극대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7월에는 IRP손실 고객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 선제적인 대응과 고객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수료 인하와 수익률 제고 등 시스템 개편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며 “퇴직연금이 이 같은 성장흐름을 지속할 경우 올해는 220조원, 2023년에는 30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