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투기과열지구 9억 초과 주택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자료 강화자금출처 불확실시 경매로 눈돌려수도권규제지역 고가낙찰 잇따라
  • ▲ 한 경매 응찰자가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DB
    ▲ 한 경매 응찰자가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DB

    #.전세로 거주중인 직장인 이모씨(39)는 최근 아파트 경매를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주계획서 작성에 부담을 느껴서다. 

    한 경매 강사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 소득이 규칙적이지 않은 이들은 대출금 등 자금출처를 밝히길 꺼리는 일이 많다"며 "이런 분들이 제재를 받지 않는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구입자에게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자료 제출 및 신고항목 구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40일간의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등을 거쳐 빠르면 오는 3월 시행된다.

    기존엔 증여나 상속을 받으면 계획서에 단순히 증여·상속액을 밝히면 됐지만 이젠 부부나 직계존비속 등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누구에게 증여·상속을 받았는지에 따라 증여세 부과대상인지 면제 대상인지 드러나게 된다.

    주택 구매 자금의 종류도 상세하게 기재해야 한다. 기존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도 '현금 등'으로 묶였지만 이젠 '현금'과 '기타자산'을 명확하게 나눠 적시해야 한다. 또 계획서에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지급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계좌이체, 보증금·대출 승계, 현금 지급 등으로 나눠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잔고증명서, 예금잔액증명서, 증여상속세 신고서, 납세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부동산매매계약서, 부동산임대차계약서, 금융거래확인서, 부채증명서, 금융기관 대출신청서, 금전 차용 증빙서류 등 개정안에 나열된 증빙서류만 15종에 달한다.

    다만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 신고는 경매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금조달계획서 세부 증빙자료 제출 대상은 실거래가 등록 대상"이라며 "경매로 취득하는 주택은 실거래 등록 의무가 없어 취득자금에 대한 별도 증빙서류 제출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자금출처가 불확실한 경우 경매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몰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자금조달계획이 강화된 작년말 '12·16부동산대책' 이후 수도권에서 고가 낙찰이 잇따르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4차 현대아파트' 전용 52㎡가 경매 나와 감정가(7억1300만원)보다 2억5588만원이나 비싼 9억6888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36%에 달한다.

    같은 날 진행된 용산구 한강로1가 '용산파크자이' 전용 162㎡도 감정가(15억9000만원)의 107%인 17억111만원에 낙찰됐다. 

    이번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라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되는 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 경매에서도 이같은 고가 낙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있는 '엘지빌리지5차' 전용 164㎡가 6억845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5억1600만원으로 낙찰가율이 118%에 달했고 응찰자 수는 7명이었다. 용인 수지구는 조정대상지역이어서 앞으로 3억원 이상 주택거래시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12·16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는 대부분 경매에서 고가 낙찰되고 있다"며 "자금출처 소명을 부담스러워하는 수요가 더해지면 앞으로 입찰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