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종목 신규 상장…하락율 상위권 기술특례 종목 포진씨유박스·큐라티스·시큐레터 등 수익률 처참 부실기업 징후 논란…당국 개선책에도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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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 사이 주식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종목 중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혁신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이 제도로 상장한 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투자에 나섰던 주주들만 애가 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스팩·이전상장 제외) 80개종목 가운데 43개종목이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80개종목 중 공모가 대비 가장 하락 폭이 큰 것은 지난해 5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씨유박스다. 공모 당시 씨유박스는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술을 앞세우며 1만5000원의 공모가를 확정했다. 그러나 30일 기준 주가는 5730원에 불과하다.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62%%나 줄어든 것이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36개종목으로, 이 중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보이는 기업은 씨유박스를 포함해 총 20개종목으로 과반이다.

    지난해 상장한 80개종목 중 가장 하락률이 높은 종목 15위권 내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10개종목에 달한다.

    큐라티스(-61.8%), 버넥트(-61.0%), 시지트로닉스(-58.6%), 쏘닉스(-53.3%), 시큐레터(-45.4%), 오픈놀(-44.5%) 등은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갔다. 모니터랩(-38.5%), 파두(-38.3%), 에이텀(-37.2%) 등도 낙폭이 깊다.

    기술특례 상장 후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는 종목들 중 적지 않은 상장사가 부실기업 징후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시큐레터는 8개월여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한국거래소는 시큐레터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지난달 5일 매매를 정지했다. 시큐레터가 지난 3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2023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비슷한 시기 코스닥에 진입한 반도체설계 전문기업 파두도 마찬가지다.

    파두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1조50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지만 3개월 만에 공시한 3분기 매출액은 3억21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금융당국은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30일 파두의 주요 거래처인 SK하이닉스를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사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기업 큐라티스는 2년 연속 감사보고서에서 '기업존속 불확실성' 지적을 받았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적정'을 줬지만 당해 172억4400만원의 영업손실을 우려하며 '계속 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큐라티스는 앞서 2022년에도 영업손실 214억원이 발생한 점과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55억원 초과한 점을 이유로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이 기재됐다. 

    ◆기술특례 상장 부작용 지속…당국 개선책에도 불안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기술성은 높음에도 일반적인 상장 요건에 부합하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제도 취지에 반하는 문제점들이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8년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증시에 입성한 셀리버리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 완전자본잠식 등으로 지난해 3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셀리버리는 2022사업연도 감사의견 비적정에 대해 지난달 11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는데, 향후 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상장폐지와 거래 재개 사이에서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기술특례 상장 요건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던 포인트모바일은 2021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와 관련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고 지난 2022년 3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가 최근 상장폐지 문턱에서 살아났다. 

    금융당국은 기술특례 상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IPO 당시 직전 월매출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고, 상장 주관사의 책임 의무도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에 대한 대책에 나서고 있다.

    거래소는 올해부터 3년 이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 상장기업이 조기 부실화할 경우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 상장을 주선하는 데 있어 풋백옵션 등 추과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 풋백옵션은 일반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 가격이 상장 후 주가가 일정 기간 동안 공모가의 90% 이하로 떨어지면 주관사에 이를 되팔 수 있는 권리다.

    금융당국이 다양한 대책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은 존재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잇단 논란에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제도의 허술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논의된 대책들이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데다 제도 자체의 미비함을 보완하기엔 역부족이다. 기업을 심사하고 승인한 거래소와 금감원 등 당국의 책임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