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계약 건수 변경 잇달아…3억달러 손실"예견된 수순…해외바이어 평판 좋지 않아"
  • SK건설의 지난해 해외수주실적이 바닥을 쳤다. 순위도 2018년 4위에서 2019년 장외로 밀려났다. 그룹내 대표 '해외통'으로 꼽히는 안재현 사장이 구원투수로 합류했지만 2018년 7월 벌어진 비극적 '라오스 댐 붕괴사고'를 잠재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11일 해외건설협회의 수주통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해 해외건설시장서 총 3건을 수주했지만 계약금액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계약을 '설계변경' 했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손실을 감내하고 계약을 따냈을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SK건설의 해외시장 누계계약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에서 2019년 국가수와 건수는 각각 '34개국→36개국', '140건→143건'으로 늘었지만 누계계약금액은 455억5065만달러에서 452억2362만달러로 오히려 3억2703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수주액이 전년대비 9억7883만달러 줄어들며 13년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에 SK건설이 상당부분 일조한 셈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하청업체 178곳을 포함해 총 384개사로 이중 SK건설이 꼴등을 차지했다.

    SK건설은 유독 해외사업 부문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4년 66억5935만달러로 정점을 찍은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SK건설의 해외수주액은 2015년 43억2402만달러에서 2016년 2억1200만달러로 곤두박질 쳤다.

  • ▲ SK건설 지난해 해외수주액이 -3억달러로 집계됐다. ⓒ 해외건설협회
    ▲ SK건설 지난해 해외수주액이 -3억달러로 집계됐다. ⓒ 해외건설협회

    2017년 21억1911만달러, 2018년 29억1655만달러로 소폭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악재가 찾아왔다. 2018년 7월23일 오후 8시쯤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무너지면서 물 5억톤이 한꺼번에 사남사이 하류 6개 마을을 덮쳤다.

    라오스 현지상황을 익히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라오스댐 붕괴사고 직후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 없었다"며 "국내에 알려진 것 보다 더욱 처참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라오스) 정부가 불가항력이 아닌 인재였다고 호소했지만 SK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국내 언론도 흐지부지 덮더라"며 "오죽하면 아는 관리가 나한테 대한민국 기자들 좀 불러서 현장 좀 봐달라고 이야기 했겠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2017년 3월 완공후 1년여만에 벌어진 댐 붕괴사고로 라오스 정부와 SK건설간 입장차도 컸다. 라오스 조사위원회는 자연재해가 아닌 부실시공에 따른 인재로 결론을 내렸지만 SK건설측은 "과학적·공학적 근거가 결여됐다"며 동의하지 않았고 현재도 여전히 공방중이다. 

    재계는 이번 SK건설의 해외수주실적을 두고 예견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공사든 계약이든 수주를 하기 위해선 풍부한 수행경험과 노하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신뢰가 우선"이라며 "발주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켜 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해외수주 집계가 있기 전부터 (SK건설 실적을) 어느 정도 예견했었다"며 "사고가 터진 직후 뒷수습에 있어서도 해외바이어 사이에서 평판이 썩 좋지 않지 않은 걸로 안다"고 안타까워했다.  

    SK건설 측은 "계약변경에 따라 실적이 좋지 않게 나왔을 뿐 라오스 건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SK건설 관계자는 "EPC(설계·조달·시공) 전체를 맡겼다가 EP만 하기로 했다든지 이런 계약변경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게 나왔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