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시기에 병원 방문 엑스레이 소견도 ‘이상 없었음’… 이후 ‘양성’판정대학병원급 대처와 별개로 선별진료소 무용론 급부상, ‘야전병원 설치’ 필요전문가들, 100병상 미만급 의료기관 ‘원내감염’ 등 우려
  • ▲ 경희대학교병원 내 설치된 선별진료소. ⓒ박근빈 기자
    ▲ 경희대학교병원 내 설치된 선별진료소. ⓒ박근빈 기자

    코로나19(우한폐렴) 56번 환자가 ‘무증상 기간’에 경희대병원 외래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행스럽게도 병원 차원에서 지속적인 소독 등 방역체계를 갖춘 상태라 폐쇄조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초기증상이 거의 없는 확진자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어 대학병원급 규모를 갖추지 못한 병원에서는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21일 병원계에 따르면 코로나19 56번 환자(75세 한국인 남성)는 지난 13일경 객혈 증상으로 경희대병원을 방문해 외래 진료를 받았다.

    당시 경희대병원 의료진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56번 환자가 폐렴 증상이 없었던 것을 확인했다. 또 객혈이 나타난 것은 기저질환을 치료하기 복용했던 항응고제 때문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56번 환자가 경희대병원 방문 시에는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지 않은 소위 ‘무증상’에 가까운 시기였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와 본지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그는 1월 말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경로식당 등에서 29번 환자(82세 한국인 남성)와 같이 식사했다.

    그러다 2월 8일 감기 증상을 보였고 종로구 소재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해열제 등 처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비인후과에서는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고 실제로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해외 방문력’ 등이 존재하지 않아 검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

    56번 환자의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객혈이 발생했고 이 치료만을 위해 2월 13일 경희대병원을 방문했다. 당시에도 코로나19를 의심할만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 2월 16일 29번 환자가 확진된 후 종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고 19일 양성이 확인됐다.

    지난 13일 56번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 및 직원 등 16명을 격리조치됐고 현재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경희대병원 연관된 외래진료실을 다른 곳에 배치해 환자를 보고 있다.

    21일 오후 경희대병원 내에는 관련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역학조사관이 방문해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외래진료실 폐쇄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병원 측은 “13일 56번 환자 방문 이후 의료진 격리는 물론 일 2회 전체 외래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래 폐쇄가 없어도 안정적인 진료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학병원급 외 규모 작은 의료기관 ‘원내감염’ 큰 우려

    이처럼 경희대병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감염관리 시설이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상태라 추가 확산의 빌미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역사회 감염 등이 확산되고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 또는 경증환자가 발생하면서 선별진료소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규모가 작은 병원은 감염관리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원내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재갑 교수(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이제는 증상만으로 확진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단계가 됐다. 일일이 선별진료소에 방문해서 환자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운동장 등에서 야전병원을 만들어 검사를 시행하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선별진료소의 역할을 새롭게 설정하는 등 방법을 신속하게 고민하고 적용해야 한다. 100병상 미만의 작은 병원에서의 원내감염 등이 발생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