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증권사·자산운용사 대책 마련·시행각종 행사도 취소, 대책반 리스크 수시체크비상대응 업무매뉴얼 준수, 대체 인력 별도 상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도 잇단 행사 취소는 물론 혹시 모를 사업장 폐쇄에 대비한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은 근무지 분리, 개인·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한 설명회 취소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을 가속화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정부의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으로 상향조정되면서 전사 대응 체계 강화를 위해 지난 23일 기존 확대비상대책반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 격상해 대표이사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비상계획 수립을 통해  IT·결제·자금 등 핵심 부서는 분산 배치 근무에 나섰다.

    아울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관련 유의사항 안내, 해외출장 제한 공문 발송 등을 통해 준비 태세를 확보하고 있다. 대면 업무 직원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부점·팀단위 회식을 자제할 것을 당부함은 물론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지역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출장 제한 조치를 내렸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7일 코로나19 대응 비상 오피스 운영을 시작으로, 핵심 업무 인력을 선발해 충정로 교육장으로 분리해 근무토록 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사내 감염자 발생 시 재택근무·분산 근무를 적용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비대위를 꾸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운용업무 등에 대해서는 장소를 이원화해 분리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사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전 직원 부서별 오전·오후 2회 체온 측정, 각층별 주간 당번을 정해 외부인 출입 차단 및 출입자의 체온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월부터 전략 담당 본부 임원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필수 업무인력 분산 근무 계획을 세우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미래에셋대우는 재택근무·TF 운영 등 비상사태 발생 시 구비된 업무 매뉴얼에 따르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대한 비상대응 운영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자본시장 거래를 책임지는 한국거래소도 비상상황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최근 여의도 사옥 1층 로비 출입구에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를 카메라를 설치하는 한편, 지난 12일에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자회사 코스콤 재해복구센터(DR)에 유가시장·코스닥 시장·공시 조치와 관련한 시장운영 대체 인력 7명을 파견했다. 직원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서울 거래소가 폐쇄된다는 전제하에 미리 대체 운용 인력을 별도의 공간에 상주시켜 만일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 ▲ NH헤지자산운용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업무 마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인력을 본사와 분리된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NH헤지자산운용
    ▲ NH헤지자산운용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업무 마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인력을 본사와 분리된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NH헤지자산운용
    자산운용사들도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4일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상근무체제에 돌입, 부서 업무와 직원 직무에 따라 분리·재택근무를 병행 실시하고 있다. 해외사무소 주재 인력을 제외한 본사 근무자 258명 중 약 16%에 해당하는 직원 40여명을 우선 비상근무 대상자로 정하고, 이후 코로나19 경과에 따라 인력 비중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분리근무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DR센터와 경기도 분당구 서현동에 위치한 한국투자저축은행 본사 강당을 활용한다. 재택근무 대상자는 별도의 사내교육 후 근무에 들어간다.

    NH헤지자산운용도 업무 마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인력을 본사와 분리된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전체 임직원 45명 가운데 본부장 1명을 포함한 6명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 마련한 별도의 업무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이들은 원격으로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하고 있으며 서울 여의도 농협재단빌딩에 있는 본사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물리적인 접촉을 제한했다.

    KB자산운용도 재택근무 환경을 미리 점검하고자 임직원들이 교대로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시 업무 메뉴얼을 바탕으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재택근무를 시행할 방침이다.

    자본시장 관련 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주관하는 투자자산운용사·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시험 2건을 취소했다.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시험과 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시험의 응시자 수는 각각 7000여명과 5000여명 규모로 서울·부산·광주·대구·대전·제주 등 6개 지역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증권사의 개인·기관투자자 대상으로 한 세미나들도 연기되거나 대체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개최될 예정이던 세미나를 잇따라 취소하거나 다른 형태로 대체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지역감염이 본격화되고, 일부 증권사들에서는 자가격리 대상이 발생하거나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라면서 "직원의 감염으로 본사가 폐쇄될 경우 전체 업무가 마비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긴장감 속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