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멈춰 선 산불 대응 체계 … 사상 초유의 '직무대행' 체제 산림·소방·경찰 수장 동시 공석에 현장 위기관리 능력 약화 우려위기관리 체계 부담 … 전력적 결단·과감한 자원 투입 지연 가능성
  • ▲ 24일 산림당국이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검세리에서 전날부터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야간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24일 산림당국이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검세리에서 전날부터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야간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가운데, 산불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산림·소방·경찰청 수장이 모두 공석인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봄철 산불 고위험 시기를 앞두고 재난 대응의 사령탑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위기관리 체계의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지난 21일 김인호 전 산림청장이 음주운전으로 직권면직되면서 산불 등 재난 대응 수장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이 됐다. 

    경찰청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헌법재판소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된 뒤 1년 2개월 째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중인 경찰 조직은 정기 승진·전보 인사도 미뤄지고 있다. 

    소방청 역시 새 청장이 임명되지 않으면서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지난해 9월 비상계엄 가담의혹으로 직위해제 된 이후 수장이 없는 상태다. 

    산림·소방·경찰청은 산불 발생 시 산불 진화와 방어선 구축, 인명 구조, 현장 통제, 수사 등을 맡는 재난 대응의 3각 축이다. 이들 기관장이 동시에 공석인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재난 대응의 구심점이 약화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산다.

    특히 대형산불은 초기 대응 속도와 지휘의 일원화가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만큼 세 기관 수장 공백이 이어지는 것은 위기관리 체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장이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아 총괄 지휘한다. 소방은 인명 구조와 구급 활동, 산림 인근 주택·시설물을 방어하고, 경찰은 주민 안전 확보와 현장 통제, 산불 원인 수사를 담당한다. 

    대형산불은 지휘의 일원화와 자원의 효율적 배분, 조직적 대응이 피해 규모를 가른다. 현장은 분 단위로 상황이 급변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어서다. 2019년 고성 산불 당시 전국 소방력이 집결한 것이나,  2022년 울진군 산불때 한울 원자력발전소와 삼척 LNG 생산기지, 금강송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헬기 총 821대(누적)와 7만1527명(연인원)이 동원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이 같은 전략적 판단과 과감한 자원 투입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행체제인 만큼 최종 책임이 수반되는 결정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산불은 발생 시점과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지휘 체계 공백이 초래할 위험은 예견된 인재(人災)나 다름없다. 재난 대응의 연속성과 지휘권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행체제인 만큼 정책 결정 권한이 제한되고 현장 지휘 신뢰도도 약화돼 본연의 업무를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대행체제를 조속히 종식시켜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