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CJ올리브영 온·오프라인 입점H&B스토어 확대로 로드숍 하락세 지속 가맹점 위주 영업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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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로드숍 에뛰드가 헬스앤뷰티(H&B)스토어 CJ올리브영에 입점했다. H&B의 공습으로 설 자리가 위협받자 기존 가맹점 위주의 사업 전략으로는 성장세를 이끌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CJ올리브영이 화장품 주요 유통채널 중 하나로 급부상하자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8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에뛰드는 지난달 CJ올리브영 일부 매장에서 파운데이션·아이쉐도우·립 등 판매를 시작했다.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몰에도 입점했다. 앞으로 올리브영뿐 아니라 타 H&B스토어에도 입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K뷰티 호황의 한 축이던 에뛰드는 론칭 후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니스프리와 함께 아모레퍼시픽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신생 온라인 브랜드의 공세와 오프라인 화장품 판매가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중심으로 재편된 여파로 경쟁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평이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장은 2016년 2조81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2014년 7000억원 규모였던 H&B스토어 시장은 2018년 2조1000억원으로 3배 커졌다.
에뛰드 역시 최근 3년간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16년 295억원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 후폭풍이 있던 2017년 42억원에서 줄었다가 2018년 26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엔 1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연매출도 2000억원대도 무너졌다.
실적이 떨어지면서 에뛰드의 가맹점수도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2016년 353개에서 2017년 370개로 늘더니 2018년 321개로 감소했다. 계약해지도 2016년 19개에서 2017년 20개로 늘더니 2018년 57개로 증가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 "에뛰드는 브랜드력의 저하로 실적 부진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라면서 "로드숍 채널의 경쟁력 부재와 기존 브랜드들의 노후화로 자회사들의 턴어라운드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단기 실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뛰드는 생존을 위해 기존의 가맹점 위주의 영업전략을 대대적으로 손질한 셈이다. 실적을 추스리고 브랜드 재도약을 위해 로드숍을 일부 정리하고 대신 H&B 스토어를 택했다. 위기에 내놓은 일종의 자구책이자 유통구조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다.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뿐 아니라 마몽드, 베리떼, 브로앤팁스 등 CJ올리브영에 입점시킨 바 있다. 성과도 내고 있다. 2018년 9월부터 멀티브랜드 채널 확장 흐름을 활용한 에스쁘아는 지난해 매출은 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 H&B스토어로의 유통망 확장에 힘을 쏟는다. 아모레퍼시픽은 그 일환으로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에서 아리따움과 MBS(Multi Brand Shop) 조직을 통합했다. 아리따움에 집중했던 것에서 H&B스토어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관리 인력은 점진적으로 디지털, 글로벌, MBS조직으로 전환, 다양한 H&B스토어에 대한 영업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와 올리브영에서 겹치는 상품군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0년 6월 올리브영에 입점해 있던 모든 제품을 철수한 바 있다. 가맹점이 있을 경우 다른 매장으로 제품을 공급하면 가맹점주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에뛰드는 우선 올리브영만 입점한 상황"이라면서 "온라인으로 소비자들 구매가 너무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오프라인 매장 지원을 고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