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 전쟁 이어 환율전쟁 본격화 우려달러화 가치 절하 ‘마러라고 합의’ 경계미 재무부 환율보고서 이달 중 발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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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결국 현실화됐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 시작되면서 ‘환율전쟁’도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달러 약세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평가 절하나 타국 통화의 절상을 요구하는 ‘마러라고 합의’ 추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초고강도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내 물가 상승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적자를 줄이고 미국 제조업에 힘을 싣기 위해선 약달러가 요구된다.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상호관세는 다른 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해 온 만큼 온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34%) EU(20%) 베트남(46%) 대만(32%) 일본(24%) 인도(26%) 한국(25%) 태국(36%) 스위스(31%) 등이다.세계 각국의 이목은 미국의 마러라고 합의 요구를 우려하고 있다. 달러 약세를 골자로 하는 마러라고 합의가 현실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강력한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이미 트럼프 진영에서는 마러라고 합의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저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주요국 재무장관을 불러 또 다시 달러 약세를 압박할 거란 관측이다.원·달러 환율은 이번주 초 1470원대를 등락했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 지수도 0.72% 내린 103.06로 집계했다.마러라고 합의는 21세기형 플라자 합의, 제 2의 플라자 합의로 불린다. 플라자 합의는 지난 1985년 미국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일본·독일·영국·프랑스와 진행한 환율 조정 합의로,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트럼프 정부는 대미 무역 흑자가 큰 나라인 중국, 멕시코, 베트남, 일본, 한국 등을 언급하면서 "그들 통화는 너무 싸다”고 비난했다. 이에 이들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미국은 이달 중으로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흑자 규모 등을 바탕으로 환율조작국을 자의적으로 지정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집권 1기 당시에도 중국을 상대로 관세정책을 펼쳤다. 이에 중국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보복관세 대신 위안화 가치를 15% 이상 절하시키면서 대응했다. 그 결과 관세 충격의 70% 이상을 흡수했으며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를 10년 이내로 좁혔다는 분석을 낳았다.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단 가장 큰 폭탄은 공개됐다”며 “보복 내지는 품목관세 위험이 남아 있으나 관세 불확실성은 상반기 중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가치가 급속히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무역적자 감축을 위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고 환율 전쟁을 예고하는 마러라고 합의가 구체화될 수 있다”며 “이달 중으로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확인하고 인위적 통화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데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