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비슷한 폐렴 증상 중환자 치료 어려움 봉착 13번 검사와 일부 양성 판정, 명확한 검사결과와 치료 사이 ‘간극’ 면역력 강해 자폭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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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대병원에서 수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사망한 대구 17세 고교생 A군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이 문제를 풀어가며 개선된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형성해야 할 시기다. 

    A군은 코로나19 검사과정에서 ‘위음성(False Negative)’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한 방어적 진료체계, 면역력이 강한 젊은층에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의 역설을 밝히고 떠났다.

    # 지난 18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A군이 폐렴증상으로 사망했다. 앞서 A군은 총 13번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사망 전날까지 받은 12번의 검사에서는 줄곧 음성으로 나왔지만, 사망 당일 시행한 소변과 가래에 대한 유전자 검사에서 일부 양성 소견인 '미결정' 반응이 나왔다.영남대병원은 미결정 상태로 질병관리본부에 재검사를 의뢰했다. 사후 검체는 서울대학교병원과 세브란스병원으로 보내졌고 교차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진단검사관리위원회에서 최종 음성판단을 내렸다. 논란은 영남대병원 실험실 오염으로 번져 ‘검사 중단’이 선언되기도 했지만, 방역당국은 한 번의 검사에서 실수 또는 잘못이며 신뢰도 문제는 없다고 판단해 병원에 검사 재개가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위의 내용은 A군의 사망 전과 후 일련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쟁점은 13번의 검사 이후에도 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지속적인 검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냐는 문제다. 

    ▲ ‘위음성’ 의심 필요하지만 극도의 방어전략은 역효과

    영남대병원이 A군에게 13번에 달하는 재검사를 진행한 것은 음성이 나왔으나 폐렴 증상이 뚜렷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영상검사 소견상 폐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재확인 절차를 거친 것이다. 

    이 문제는 영남대병원뿐만 아니라 대다수 병원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폐렴 증상의 중환자는 음성이 나와도 의료진들은 위음성으로 의심을 할 수밖에 없고 수차례 반복해서 검사를 진행한 후, 확실한 음성의 근거를 찾고 있다. 원내 감염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경우에는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23일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전파 양상에 대한 두려움이 곧 ‘위음성’ 의심으로 확대해석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위음성이란 본래 양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돼 음성으로 나온 경우를 말한다. 

    이 관계자는 “영남대병원 측이 보다 확실한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파악하려는 조치를 시행한 것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A군의 사례뿐만 아니라  폐렴증상을 가진 중환자를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못하고 검사를 하느라 골든타임을 뺏기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A군은 코로나19가 아닌 폐렴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방어적 진료체계의 한계를 보여준 하나의 사례로 기록된다. 

    ▲ 의학적으로 해결 못 하는 ‘사이토카인 폭풍’ 

    A군에 대한 부검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 20대 확진자 역시 이 증상이 발생해 증상이 악화됐다. 

    A군으로 인해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면역체계의 역설이 코로나19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시사점이 나타난 것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특정한 이유로 너무 강해져 대규모 염증 반응이 불필요하게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면역 반응의 과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은 젊은 층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간 면역력이 떨어진 고연령대만을 고위험군으로 설정하기에 큰 변수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약 80%가 경증환자이고 건강한 면역시스템이 갖춰지면 바이러스를 물리쳐 준다고 알려져 왔지만, 예외가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밝혔다. 

    그는 “쉽게 말해서 사이토카인이라는 총을 쏴 바이러스를 맞춰야 하는데 정상적인 폐조직에 도 유탄이 맞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폐에 물이 차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는 특이체질이 규명되거나 마땅한 치료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도한 염증반응을 줄이기 위해 스테이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쓸 경우, 반대급부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는 적당한 면역체계를 유지하면서 염증 반응을 줄일 약이나 치료법이 없어 환자가 스스로 버텨야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