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은행·증권사에 제한 없이 유동성 공급RP매입 대상기관 확대…대상증권 특수채 추가윤 부총재 "시장 수요 맞춰 국고채보다 RP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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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4월 1일부터 은행과 증권사에 무제한으로 돈을 푼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에도 실시하지 않았던 일로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다.

    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및 대상증권 확대 내용을 담은 '공개시장 운영규정과 금융기관 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6월 말까지 3개월 간 매주 1회 정례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91일 만기)을 통해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기로 했다.

    금리는 기준금리(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설정, 매 입찰마다 모집금리를 공고한다. 7월 이후에는 그동안 입찰결과와 시장상황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윤면식 부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양적완화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요국 양적완화는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춘 다음 더는 정책 여력이 없어 돈을 공급하는 방식"이라며 "한은의 전액공급방식의 유동성 공급과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시장 수요에 맞춰 무제한 공급하기로 한 것을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고채 단순매입 대신 RP매입을 선택한 데 대해서는 "국고채 방식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현재 스트레스받는 시장은 여타 채권시장이라고 판단해 시장 수요에 맞춰 RP매입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채를 넘어 공공기관까지 확대하는 게 원활하지 못한 시장 작동을 해소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 차례 국고채를 매입한 적이 있고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 매입할 수 있겠으나 회사채, 전단채, CP 등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건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RP매매 비은행 대상기관을 현행 5개 증권사에서 16개로 확대하고, 대상증권도 8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포함했다.

    통화안정증권 및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인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와 국고채전문딜러 증권사인 ▲교보증권 ▲대신증권 ▲D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4개를 추가했다. 은행 기관은 기존대로 13개 국내은행 및 4개 외은지점이다.

    대상증권은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다. 

    아울러 대출 적격담보증권에도 RP매매 대상증권과 동일하게 8개 공공기관의 특수채와 은행채를 추가했다. 

    윤 부총재는 "이번 조치로 유동성 공급 규모를 추정해보기는 어렵지만 확대된 증권은 발행 규모를 봤을 때 70조원으로 추정되며, 이 금액이 다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윤 부총재는 또 "금융위기와 비교했을 땐 코로나19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으나 외환위기 때에는 아시아 일부 국가에 한정됐고 우리나라가 당시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는 점, 현재 감염병에 의한 문제라는 점에서 볼 때 외환위기보다 충격이 더 커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