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 직격탄… 극심한 수요 부진 이어져수요 회복시 '원가경쟁력-ECC 증설 지연' 등 반사이익도
  •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현재 업황은 국제유가와 무관하게 최악입니다. 단기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죠. 다만 나프타나 에틸렌 등 원료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져 중장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기업 A사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와 산유국들간 이권 다툼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당분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단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유가 하락으로 원료가격도 낮아지면서 코로나19 여파가 줄어들 2분기 이후에는 수요 회복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은 석유화학업체 실적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유가 하락이 석유화학제품 판가에 선반영되는 반면 한 달가량 전에 구매한 고가 원료가 투입되면서 스프레드가 감소(래깅효과)하게 되며 추가적인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처의 구매 지연으로 수요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3분기 평균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95달러에서 4분기 56달러로 하락했을 때 LG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 8곳의 합산 영업이익은 9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5000억원 감소했다.

    2015년 2분기 60달러에서 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같은 해 4분기(33달러)에도 합산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조원으로 반토막났다. 2018년 3분기 78달러에서 4분기 54달러로 낮아질 때는 2조2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최근 유가 변동 추이와 비우호적인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분기 주요 석유화학업체의 영업실적은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급락 시기에는 원가 부담이 낮아진다는 긍정적 측면과 미리 사둔 원료에 대한 재고손실 등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작용한다"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수요 둔화와 판가 하락 영향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유가 급락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이 NCC(나프타분해설비) 기반인 만큼 유가의 하향 안정화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나프타 가격이 낮게 유지될 경우 원료를 싼값에 공급받을 수 있을뿐더러 가격이 더 저렴한 에탄 기반의 ECC(에탄분해설비) 기반의 업체들의 제품과 가격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석유화학산업 수급에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2020~2022년 예정된 약 500만~600만t 규모의 미국 ECC 증설 계획과 중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약 300만~400만t 규모의 ECC 증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럴당 40달러 이하에서는 NCC 대비 경쟁력이 없다는 점에서 중국 내 공급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며 "과거 저유가 시기에도 NCC 업황 상승기와 맞물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하반기 유가와 석유화학제품 판가의 동반 하락, 미국 셰일업체의 채굴경제성 저하에 따른 에탄 수급 우려 등으로 미국의 ECC 완공 일정이 1년 안팎으로 지연된 바 있으며 이는 2016~2017년 국내 석유화학업계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던 중국 내 NCC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전체 공급이 줄어들면서 과잉공급이 해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나프타 가격이 하향 조정되면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공장가동률도 정상화되고, 재고도 소진되고 있다.

    석유화학협회 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해 8월 t당 468달러 이후 12월 581달러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가 올 들어 1월 553달러에서 2월 479달러로 하락한 데 이어 3월1주 411달러, 3월2주 311달러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주요 고객사인 중국의 가동 상황이 거의 정상화되면서 5% 감축하려던 NCC 가동률을 철회하고 100% 가동하고 있다. 주요 생산제품인 PVC, ABS 등의 출고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의 경우 PVC는 중국 가동률이 상향되더라도 인도 등으로 고객 변동이 가능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효과도 봤다"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달 들어 하향 조정했던 공장가동률을 완전히 회복했다. 중국 닝보에 있는 PVC공장 가동률은 지난달 70%에서 최근 100%까지 회복한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설비도 정상 가동 중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요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중국 수요 부진 우려가 극심했던 2월보다는 회복한 상태"라며 "2월 가동률을 조정했던 기업들이 현재 정상 가동률을 회복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분기부터, 적어도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석유화학 범용 제품 스프레드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가 하락으로 단기 스프레드가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영향의 마무리 국면에서 탄력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