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신라젠 등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싯 개발 소식에 주가 출렁국내 바이오기업, 대부분 본격 임상 단계 진입조차 못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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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부터 신라젠, 에이치엘비 등 각종 바이오기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단지 개발 계획만으로도 주가가 요동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신라젠,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주가가 출렁였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일정을 앞당겨 이르면 오는 7월 말 인체에 투여하는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뿐 아니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감기 등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모두 중화시키는 '슈퍼 항체' 선별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발표에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는 요동쳤다.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4일 셀트리온제약은 주가가 가격제한폭인 29.78%(1만 3150원)까지 오른 5만 7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전일 대비 각각 5.14%, 2.41% 올랐다.

    같은 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의 후보물질 발현에 성공, 본격적인 동물 효력시험 단계에 돌입했다. 동물 시험에서 효력이 확인되면 곧바로 비임상 시험에 돌입해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비임상 완료 후 빠르면 오는 9월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지난 9일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국책 과제 공모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다고 전혔다. GC녹십자는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에 발현하는 단백질 중 후보물질을 발굴해 서브유닛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지난 2009년 국내에서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백신 명가'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뿐 아니라 에이치엘비, 신라젠도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합류했다. 백신 개발에는 통상적으로 12~18개월 가량이 소요되지만, 에이치엘비와 신라젠은 백신 개발 계획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출렁였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24일 이뮤노믹 테라퓨틱스(이하 이뮤노믹)가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기 위한 제조계획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뮤노믹은 에이치엘비가 지난 1월30일 투자하고 자회사로 인수키로 계약한 미국의 바이오기업이다. 이뮤노믹은 자사가 보유한 면역 백신 플랫폼인 'UNITE'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예정이다.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지난 24일 전일 대비 4.51%(3700원) 급등한 데 이어 25일에는 3.96%(3400원) 올라 8만 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라젠은 지난 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알렸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와이어스, 웨스턴리저브, 코펜하겐, 리스트, 앙카라 등 다양한 균주가 있으며 이 중 코로나19에 효과가 가장 적합한 균주를 선택해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신라젠의 주가는 전일 대비 29.71%(2840원) 급등한 1만 2400원으로 상한가에 도달했다.

    기존 치료제에서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발견해 임상에 도전하는 바이오기업들도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분자표적 항암제로 개발 중인 '아이발티노스타트(Ivaltinostat, CG-745)'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병용치료 가능성을 발견,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IND를 제출한 지난 26일 주가가 1만 3750원으로 전일 대비 9.56%(1200원) 급등했다.

    부광약품과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을 알린 당일 상한가에 도달했다. 양사의 치료제는 시험관시험(in vitro) 단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광약품은 지난 10일 자사의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부광약품은 레보비르가 한국인 코로나19 환자 검체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에 대해 시험관시험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는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칼레트라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양약품은 시판 중인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고려대 의대 생물안전센터 내 생물안전 3등급(BSL-3) 시설에서 시험관시험을 실시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코로나19 바이러스주에 슈펙트를 적용, 투여한 후 48시간이 지나자 대조군보다 70% 가량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뮨메드는 염증성 바이러스질환 치료제 'HzVSF(이하 VSF)'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뮨메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에서 80대와 20대 중증환자에게 VSF를 각각 3회, 2회 투여하자 코로나19가 완치됐다.

    그러나 이뮨메드는 시험관시험에서조차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에서 VSF뿐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 유망 후보인 에볼라 신약 '렘데시비르'를 병용 투여했다는 게 밝혀져 약효에 대해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약처에서도 시험관시험 단계에서 약효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임상 단계로 진입하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나 최소한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보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VSF만 예외적으로) 규정을 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에 대해서만 알려도 시장에서 즉각 반응하는 것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대부분 본격적인 임상 단계조차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바이오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계획이 실제로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성공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행할 무렵에도 메르스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국내 기업들이 있었지만 여태까지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일반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 소식만 나와도 금방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