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돌파구 찾기 협력… 무분규 임협 추진정의선 '위기경영' 진두지휘… 800억 사재출연 자사주 방어신속 적극적인 정부 지원 이뤄져야
  • ▲ 자료 사진.ⓒ연합뉴스
    ▲ 자료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사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례 없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을 합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저평가된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800여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자사주를 잇따라 매입했다. 그만큼 현대차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피력하는 것으로 실제로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됐다. 노조 역시 수출길이 막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연한 생산체제를 검토함으로써 내수 물량 확대에 힘을 보태겠다는 복안이다.

    노사가 이렇듯 협력하는 것은 구조조정 대신에 고통분담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절실함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제 정부도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한 세금 감면, 세제 혜택 등의 실질적인 대안을 신속히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유연한 생산체제를 검토하고 있다.

    쉽게 말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에 할당된 물량들을 효율적으로 전환하는데 노조가 적극 동의하겠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수출용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2라인은 수출이 막히면서 13일~17일까지 휴업한다. 벨로스터와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도 물량이 없어 가동 중단 직전이다. 반면 그랜저(아산공장)와 팰리세이드(울산2공장과 울산4공장), GV80(울산2공장), G80(울산5공장)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물량이 너무 많아 고객들이 차량을 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즉, 물량이 많이 밀려 있는 공장의 차량들을 한가한 공장에서도 생산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라인에서 혼류생산 하는 방안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까지 물량이 많은 공장의 노조원들은 특근과 야근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당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공장으로 물량을 넘기는 것에 반대해왔다.

    지난해 팰리세이드가 인기를 끌면서 울산4공장 물량들을 울산2공장으로 넘겼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투싼이나 코나 등은 수출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반면 GV80 등 인기 차종들은 고객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고객들의 대기시간도 줄이고 내수라도 살리자는 취지에서 유연한 생산체제를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측에서는 아직까지 노조로부터 구체적인 요청을 받지 못한 상태다. 다만 노조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요청을 해온다면 긍정적인 협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 협상)에 이어 올해 임협(임금 협상)에서도 무분별한 파업을 자제하고 조기 타결을 목표로 교섭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올해는 임협 자체가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임시 대의원 대회 등 요구안 수립을 위한 조합원들의 의견 수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4월 말에 경영설명회를 실시하고, 5월 초중순 노사협의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월 중하순쯤 요구안을 마련하고 7월 중순쯤 상견례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노조의 이같은 고무적인 태도 변화는 그만큼 위기감을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19일 현대차 주식 13만9000주를 주당 6만8435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23일 공시했다. 현대모비스 주식 7만2552주도 주당 13만789원에 사들였다.

    이후에도 5거래일 연속 현대차 주식 58만1333주를 405억7000만원에 장내 매수했다.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 주식 30만3759주도 411억원에 사들였다. 총 817억원 어치를 매입하면서 자사주 끌어올리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덕분에 현대차의 경우 8만원대 중반까지 주가가 올랐으며 현재는 10만원을 상회하며 거래되고 있다.

    오너가 대규모 사재를 출연해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시장에서 제기되는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경영진과 노조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위기 돌파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가 눈에 띈다”며 “임협도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며 생각보다 고비를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에 대한 목소리는 산업계 전반에서 일고 있다.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와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 등 5개 업종협회는 공동으로 대책회의를 개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호소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내수와 수출감소가 동시에 진행돼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 크다”면서 “이번 사태로 우리 나라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