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78% 하락, 외국인 4387억원 대량 매도 브로드컴·오라클 쇼크에 반도체 투톱 3%대 급락美 고용지표, 日 금리 결정 앞두고 심리 위축 1470원대 환율 고착 우려도, 자금 유출 우려 확대
  • 국내 증시는 15일 장 초반 미국발 'AI(인공지능) 거품론' 재점화에 따른 공포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며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폭탄에 한때 맥없이 4100선을 내줬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의 본질이 '수요 감소'가 아닌 '공급 병목'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과도한 공포보다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오전 9시 4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4.28포인트(1.78%) 하락한 4092.88을 기록하고 있다.

    ◇ 외국인 '팔자'에 반도체 투톱 휘청 … "AI 마진율 우려 확산"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387억원, 기관은 1607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이 홀로 5859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시장 급락의 방아쇠는 미국 기술주였다. 지난주 오라클의 실적 쇼크에 이어 브로드컴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AI 칩 마진율 우려'와 '공급망 제약'을 시사하며 급락하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3900원(3.58%) 하락한 10만5000원, SK하이닉스는 2만1000원(3.68%) 급락한 55만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반도체 투톱이 직격탄을 맞았다.

    강재구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브로드컴 급락의 원인은 수요 악화가 아닌 공급 병목 문제"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리드타임 증가와 초기 비용 부담에 따른 이익률 희석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발표가 지연된 미국 비농업 고용 보고서와 소비자물가 지수 등 주요 지표 발표와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것도 이날 증시 약세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번 주 일본은행의 금리결정도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은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5% 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 유력시된다. 

    ◇ "위기 속에 기회 있다" … 삼성 파운드리 반사이익 가능성

    하지만 이번 사태를 장기적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로드컴과 알파벳(구글) 등이 겪고 있는 공급망 병목 현상(TSMC CoWoS 용량 부족)이 심화될수록, 대안으로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경쟁사들이 파운드리 다변화를 진행한다면 인텔과 삼성전자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엔비디아 경쟁사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업할 경우 메모리(HBM)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턴키' 전략이 가능해진다"고 진단했다.

    ◇ 1470원 환율 '뉴노멀' … 이익 모멘텀 살아있는 조선·방산 '대안'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초반 1477.51까지 치솟고 있다.

    하나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1400원대 환율은 패러다임 변화의 산물로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며 "단순한 위기 신호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4분기 및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는 조선, 방산, 반도체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며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베타(시장 추종)보다는 실적주 위주의 알파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코스닥 지수는 기관 매도세에 3.52포인트(0.38%) 내린 933.82를 기록 중이다. 시총 상위주 중에서는 알테오젠(+0.69%)이 선방했으나 HLB(-1.66%) 등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