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철도 재추진 공식화, 대북사업 시동레일 현대제철, 전동차 로템, 관광 현대그룹 등 수혜 기대김정은 신변이상설로 하루만에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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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제철

    남북철도에 웃고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울었다.

    대북사업을 펼치는 현대가(家)에 또 다시 희망고문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남북철도 재개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가 안돼 갑자기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이번 소문이 사실이라면 북한 체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철도 연결 등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협은 요원해질 수 있다.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그룹 등 현대가의 대북사업이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는 오는 23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어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하는 안건을 논의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동해북부선은 강릉과 고성 제진 간 110.9㎞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문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기본토대다.

    앞서 남북 정상은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남북 간 철도연결을 통해 동해선은 부산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쳐 영국 런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철도사업이 구체화되면 현대가에 속한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 레일을 생산하고 있어 최대 수혜업체가 될 전망이다.

    현재 포항공장 레일 생산능력은 연산 10만톤 정도다. 지난 2018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현대제철은 레일 생산능력을 30만톤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후 남북경협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 생산량을 늘리고 있진 않다. 하지만 수요만 받쳐주면 언제든 확대할 수 있다는게 현대제철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남북경협 등으로 레일 수요가 증가하면 그에 맞춰 생산량 또한 늘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가의 한 축인 현대로템 또한 남북철도 연결의 수혜업체 중 하나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제작, 철도신호 및 통신 등 철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저가 입찰제 등으로 인한 저가수주로 철도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철도부문 적자폭은 2018년 470억원, 지난해 2595억원으로 2년 연속 손실을 냈다.

    때문에 남북 간 철도연결은 해당 부문을 살릴 수 있는 반전의 카드로 꼽힌다. 이같은 이유로 남북 철도 연결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 현대로템 주가는 1만6950원을 나타내며 전일 대비 21.51% 급등했다.

    현대그룹 또한 남북철도 연결에 따른 관광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명령하며 한때 위기를 겪었지만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실제 현대그룹은 지난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414억원을 금강산과 개성에 위치한 시설 개보수를 위해 은행에 예치해 둔 상태다.

    남북 철도연결 사업은 남북 양측이 합의해야만 진행될 수 있단 전제가 붙는다. 따라서 이 경우 현대그룹 역시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 21일 외신을 통해 갑자기 불거진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남북경협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게 사실일 경우 북한의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테고 남북경협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현대가로 분류되는 기업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또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소문으로만 그치기를 바라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김정은의 건강상태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는 기업이 현대가 아니겠냐"며 "남북 철도연결 사업이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지 희망고문으로 끝날 지는 북한의 동향을 조금 더 살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