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로사항 청취한다더니… "잘해보자" 덕담 잔치수주격감 1~2년 후 생산절벽카타르 LNG선 수주도 중국이 선점
  • ▲ 27일 서울 엘타워에서 진행된 조선업계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27일 서울 엘타워에서 진행된 조선업계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조선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물동량이 감소하고 신조 발주가 위축되는 등 여러 악재가 도사리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수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사 및 기자재업체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 관련 조선업계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국내 조선업계에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인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장윤근 STX조선해양 사장, 이병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등이 자리해 의견을 나눴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전세계 팬데믹 영향으로 실물경제와 금융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조선업도 같은 어려움에 처해있다"면서 "경제 불확실성으로 발주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1분기에 세계 수주량이 70% 이상 감소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조선업계와 중형 조선업계를 비롯해 기자재업계의 경쟁력이 커져야 한다"면서 "위기에 봉착해 있는 기자재 업계가 안정화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국내 조선업계의 최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조선업계와 기자재업계가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239만CGT에 그쳤다. 이 중 우리나라는 40만CGT를 수주해 자국발주·자국수주가 92만CGT에 달하는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발주액도 54억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7.0%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조선업계도 수요, 생산, 유동성 등의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물동량 감소, 주요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FID(투자의사결정) 지연으로 주력 선종인 LNG선,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가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356척, 100만TEU(전체의 약 5%)의 컨선이 운휴중이며, 향후 운휴 컨선이 최대 300만TEU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최근에는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아프리카 모잠비크 '로부마 LNG프로젝트'를 연기하기도 했다.

    신조 발주 감소와 더불어 선주 감독관, 해외 엔지니어 입국, 검사승인과 시운전 단계에서 차질이 발생할시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주 감소, 조선업에 대한 여신 축소, 선주사에 대한 선박금융 위축, 인도 연기 등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문제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유가급락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해양플랜트는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를 넘어야 수익성이 나기 때문에 저유가 상황에서는 발주가 늘어나는 게 불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유가 급락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발주 가뭄이 우려되는 이유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선소·기자재업계 대표들은 정부에 제작금융 등 유동성 지원과 선박 인도금 담보부 운영자금 대출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외국 기술전문인력 입국절차 간소화, 조선기자재 수출 해외 거점기지 확대 등을 부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통해 조선산업에 대해 제작금융 등 약 8조원이 지속 공급되고 선수금 환급보증도 적기 발급되도록 하는 정부대책을 확정했다. 조선업에 대해 특별고용업종 지정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부품·기자재업체들에 대해서는 납품계약서를 근거로 제작비용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하반기 수주 성과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악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사장은 "아직은 세계 경제와 조선산업이 불확실한 만큼,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하반기는 수주가 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형 LNG 관련 프로젝트가 협상중이며, 수주활동 중이라 하반기에는 성과를 내는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수주 영향에 대해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보니 발주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유가가 저렴하면 유류 물동량이 늘어나는 등 두가지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은 유가가 아닌 코로나19에 따른 일반 경제의 수요 자체가 문제"라고 답했다. 

    정부는 우선 제작금융, RG 지원 등 업계에서 시급하게 필요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지원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성 장관은 "다행히도 조선사별로 1~2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고, 조선업계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여 생산차질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유동성도 다른 업종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전세계적인 불황이 심화되면 2016년보다 더한 수주절벽을 겪을 수도 있다"며 "(앞서 발표한) 대책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고 현장까지 전달되지 않거나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내 산업·위기대응반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 (아래줄 왼쪽부터) 최남호 산업부 국장, 최금식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강호일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종계 서울대학교 교수,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정대성 대한조선 사장 등.ⓒ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 (아래줄 왼쪽부터) 최남호 산업부 국장, 최금식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강호일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종계 서울대학교 교수,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정대성 대한조선 사장 등.ⓒ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