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장기화 식품사재기-수출제한…FAO "타격 심각"국내 식자재 수급 아직 양호, 세계 곡물재고율 30.4% 충분사태 길어지면 수급불안 갑자기 다가와…정부 선제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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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식량위기 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발생하는 식품 사재기나 곡물 수출제한 조치, 이동제한 탓에 빚어지는 농업 노동인력 공급차질이 계속된다면 코로나19발(發) 식량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서도 한국은 단기적 수급불안은 없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접근성이 취약한 빈곤계층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4월 쌀 시세는 5만1491원(20kg)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전인 지난 1월 5만1721원과 큰 차이가 없다.채소류인 배추, 시금치, 당근 등도 전년과 전월대비 큰폭의 가격차를 보이지 않았지만, 중국산 수입량이 많은 붉은고추의 경우 1월 1610원(100g)에서 4월 2122원으로 31% 올랐다.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달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한국이 쌀 등 주요 식량 작물 재고에 여유가 있긴 하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러시아, 베트남, 우크라이나 등에서 식량수출을 제한중이며 이런 조치가 길어질 때를 대비해 국제 곡물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지난 3월 열흘간 모든 곡물 수출을 일시 중단했던 러시아는 최근 수출을 재개하면서 6월말까지 700만톤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주요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200만톤의 밀 수출쿼터를 설정했으며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4월과 5월에 전년대비 40% 감소한 40만톤씩의 쌀만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캄보디아는 지난 5일부터 쌀과 수산물 수출을 전면중단했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취동위 사무총장은 지난 G20 정상회의에서 "다양한 이동 제한조치가 국내외에서 식량의 생산, 가공, 유통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특히 빈곤층과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이같은 우려에도 아직 국내 곡물 수급 상황은 양호한 수준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민간을 합쳐 199만톤의 쌀재고 비축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수입곡물도 2분기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식용곡물은 8~10월까지, 사료용 곡물은 최대 11월까지 필요한 수량을 계약완료해 단기적 수급불안은 없을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미국 농무부(USDA)의 최신 세계곡물수급전망에 따르면 2019/2020년도 세계 전체 곡물 재고율은 30.4%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0.1%p 감소한 수치로 FAO 권장 적정 재고율이 17~ 18%임을 감안하면 전세계 곡물 재고량은 아직 충분한 수준이다.이 같은 현상은 주요 수출국 곡물 생산 과정이 기계화·표준화돼 노동 공급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라고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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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식량위기는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2007~2008년과 2010~2011년 라니냐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사례처럼 주요 곡물 수출국의 생산량 급감과 수출제한 조치가 잇따르면 심각한 초과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늘어난 곡물 투기 거래는 한층 더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기도 했다.때문에 정부가 식량위기에 선제적인 대응으로 국내외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입법조사처는 "사회내 식량 접근성이 좋지 못하거나 이번 사태로 악화된 계층이 없는지 세심히 살피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규호 조사관은 "학교급식이 균형 잡힌 식단을 접하는 유일한 기회였던 학생이나 복지단체 급식대상인 취약계층의 영양 실태와 복지전달체계를 긴급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적 여파가 시차를 두고 확산됨으로써 앞으로 실업자나 저소득층이 늘어날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농촌현장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김 조사관은 "정부가 농번기 일손부족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현장 전반의 여론"이라며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수급은 지자체 행정에 크게 의존해왔는데 국가적․외교적 차원에서 역할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했다.이와함께 한진해운 파산이후 국가필수선박의 규모가 줄어든 것을 지적, "정부가 해외 곡물운반선 및 국적선사에 대한 지원과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