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신정부 무역전쟁 타깃 우려 당국 미국산 에너지 및 원유 수입 확대로 대응 검토20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한국의 미국 투자 금액은 상승 곡선
-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노믹스의 역풍을 막기 위해 미국 원유·가스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동맹으로 한국의 해외 투자 금액 중 절반이 미국으로 향했지만,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다각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대미(對美)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한 반면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현재 8대 무역 적자국이기 때문에 트럼프 신정부의 무역전쟁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민간 차원에서 원유와 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릴 다양한 실행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통상환경의 리스크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1기인 20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한국의 글로벌 투자 금액은 상승하고 있다.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2017∼2020년(트럼프 1기 행정부) 150억 달러 안팎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된 2021년 279억30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이후 2022년 295억 달러, 2023년 280억4000만 달러, 올해 들어 2분기까지 124억 달러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한국의 글로벌 투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기간 20%대였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 36.3%, 2022년 36.1%로 뛰어올랐다.지난해에는 대(對)미국 투자 비중이 글로벌 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43%까지 늘었다. 이는 1988년 이후 최고치다.한국의 첨단제조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국 내 수십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액도 증가했다.2017년 686만1000만 달러 수준의 대미 수출액이 지난해 1156만9600만 달러로 68.6% 증가했다.
-
그럼에도 당국은 트럼프 신정부가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아 통상 압력을 가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이에 따라 효과적 대응 방안으로 나온 것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다.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 확대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경제 공약인 '화석 경제 부활'을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미국 신정부로부터 환영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석 경제'를 부흥해 자국 내 에너지 가격을 확 낮춰 국민 부담을 낮추고, 에너지 수출도 늘려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앞서 한국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에도 민관 차원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조치에 나선 바 있다.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 비중은 각각 0.2%, 0.1%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2017∼2021년)를 거치며 작년 기준 미국은 우리나라의 2위 원유 도입국이자 4위 가스 도입국이 됐다. 한국은 전체 원유와 가스 중 각각 13.5%, 11.6% 미국에서 들여왔다.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비중이 상당 수준으로 늘어 난 것이다.한국의 에너지 구매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계 관리를 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해 미국의 대한국 통상 압력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일부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 가중, 미국산 에너지 가격 하락 전망 등 제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로 대미 관계 관리를 넘어 경제안보 강화와 경제적 실익까지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2028년 이후 도입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추가 장기계약 입찰에서 미국산 가스 도입을 결정할 것인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가스공사는 이르면 내년 초 낙찰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내년 1월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전후로 미국산 가스 계약 발표가 나온다면 이는 한국의 대미 에너지 수입 확대를 선제적으로 공식화하는 것이다.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가스를 공급하려는 업체가 추가 장기 계약 입찰에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한국의 선택지가 넓어져 장기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아울러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를 지원하는 방안도 정부의 검토 대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업계에서는 중동에 치우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촉진 차원에서 중동산 도입 대비 더 들어가는 운송비, 비축 비용 등을 보전해 민간 업체들의 미국산 원유 수입을 촉진·유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