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확산에 내린 주가, 트럼프 재집권에 또 '발목'기존 IRA 정책 폐지 현실적으로 어려워 '트럼프 올인' 테슬라·유럽 전기차 보조금 부활 가능성 등 호재 많아
  •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시작된 2차전지의 주가 하락세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발목 잡힌 형국이다. 시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임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전기차·태양광 보조금 축소·폐지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내년 업황 회복 기대감과 유럽과 미국 등 수혜도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LG에너지솔루션은 3.24% 오른 39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일 7%대 하락하는 등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날 반등했다.

    SK이노베이션(2.87%), 포스코퓨처엠(0.47%), 에코프로머티(5.84%), 에코프로(1.27%), 에코프로비엠(0.94%) 등도 3~4거래일가량 이어진 하락세를 멈췄다.

    최근 2차전지 주가가 약세를 보인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소식 영향이다. 2차전지 종목들은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2차전지주는 해리스 트레이드 수혜주로 거론돼왔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전기차와 태양광 등 산업을 지원하는 IRA의 안정적인 시행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IRA 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 시장에선 축소 혹은 폐기 우려가 있었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이 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에 따라 보조금을 받아온 만큼 정책 비중 축소는 악재로 작용한다.

    트럼프 재집권 공포에 급락했던 2차전지 주가가 반등하는 건 트럼프 재집권에도 IRA 체재를 바꾸지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IRA 정책 축소 및 후퇴 우려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더라도 바이든 정부가 내세웠던 IRA 체제를 바꾸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태에서 IRA를 폐지할 수 있지만 2차전지 투자가 집중되는 미시건·오하이오·네바다 등 지역구에서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 "실제 공화당 내 하원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지를 반대하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주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때도 오바마 케어(기초 건강보험) 폐지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면서 "법안 폐지가 어려워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보조금이나 세액공제를 받을 조건을 까다롭게 바꿔 예산을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오히려 2차전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정부효율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예약해둔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가 정부에 대한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위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에서 머스크가 요직을 차지할 경우 그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완전자율주행(FSD) 기술 관련 규제 해제와 트럼프가 추진할 가능성이 큰 전기차 세액공제 규모 조정 및 대중국 제품 관세 인상으로 테슬라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 상승으로 국내 2차전지 종목들로도 온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배터리업계에 유리한 측면도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고관세 도입 공약은 현지에 선점투자한 우리기업의 경쟁력에 유리하고 법인세 인하, 전력요금 인하, 규제완화 공약 등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투자법인의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도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신규 수주 등 호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인 리비안에 향후 5년간 전기차 87만대 분량의 차세대 원통형 4695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테슬라에 이어 리비안에도 46시리즈를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온 일본 파나소닉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완성차들이 전기차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며 시장 촉진에 힘쓰고 있다는 점도 업황 기대감을 높인다.

    토요타와 혼다 등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폭스바겐도 멕시코 공장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북미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업황이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일 정부는 보조금 폐지로 자국 전기차 기업들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자 보조금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구형 내연기관차를 폐차한 후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신차 기준으로 6000유로(약 900만원), 중고차는 3000유로(약 450만원) 등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재도입은 유럽 시장의 업황 턴어라운드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이차전지 및 소재 기업의 업황 하락의 시작점이 유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 정부의 정책 변화는 시장 변화는 물론 수익성 상승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전기차 소비자 구매여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이후 2차전지 섹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부각되며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해왔다"면서 "실제 트럼프 재집권이 2차전지 업황에 미칠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잘 확인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