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구성 종목 변경 '삼성자산운용'HTS 오류 '키움증권'…투자자 소송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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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는 등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가운데 원유 상품 거래 과정에서 벌어진 금융투자사들의 대처에 반발한 투자자들의 소송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증권사 HTS 시스템이 마이너스 국제 유가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거래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 지난 21일 키움증권 HTS를 이용해 미니WTI선물을 거래하던 중 새벽 3시9분 마이너스로 떨어진 유가를 HTS가 인식하지 못하면서 거래가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은 매매를 하지 못해 피해를 입게 됐다.

    피해자들이 매수한 파생상품 미니WTI선물 만기일은 이날 새벽 3시30분, 이때 유가는 배럴당 -37.63달러였으며 만기시점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뒤 청산됐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오킴스는 최근 개설된 키움증권 HTS 전산장애 집단소송 카페와 연계한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소송 참여자를 모으고 있다. 소송 준비 중인 이들은 70여명 정도로, 피해 규모는 개인당 차이는 있지만 최대 십수억원에서 수천만원대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한 피해투자자는 키움증권 측에 제대로 된 보상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1인 단식 시위에까지 나선 상태다.

    현재 키움증권은 피해고객에 대해 캐시콜을 요청하는 한편 일부 고객에 대해 국제유가 0~-9달러까지의 손실에 대해 계약당 4500달러(약 553만원)의 합의한을 제안했다. 피해자 반발이 거세자 나아가 구간을 종가까지 확대해 보상액이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피해액은 상당 부분 남아 있어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한 피해 투자자는 "비대면 거래 1위라는 키움증권의 매매환경을 믿고 거래해왔다"면서 "시카고증권거래소가 갑작스러운 유가하락에 대비해 마이너스 선물호가와 주문시스템 환경을 테스트하라는 내용을 고지해 미리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시스템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키움증권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마이너스 가격손실에 대한 손실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급격한 유가 변동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 과정에서 피해를 호소하며 금투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이뿐만이 아니다. KODEX WTI원유선물(H) 선물 거래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23일 집단대응 카페를 개설하고 참여자들을 모으고 있다. 카페가입자는 6900여명, 소송 참여의사를 밝힌 투자자는 27일 정오 기준 4700여명에 달한다. 주식수 5867만주, 투자금액은 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상품 설명서와 다르게 임의로 ETF 구성 종목을 변경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ETF의 운용 방식을 변경해 기초지수 구성 종목인 6월물 외에 7, 8월 등 다른 월물의 원유 선물을 사전 공지 없이 편입했다. 유가가 최근 다시 20% 넘게 반등했지만 운용 방식을 변경한 데다 단일가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KODEX WTI 원유선물 ETF는 지난 23일 하루 4.29%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ETF가 담고 있는 원유선물의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경우 투자원금을 원금을 전액 손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였으며, 규정상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한 국민청원이 여러건 올라왔다. '삼성자산운용 WTI원유선물(H) 운용 방식 변경이 배임에 해당되는지 조사해주세요', '삼성자산운용 원유선물 WTI(H)의 임의적인 종목구성변경으로 인한 피해', '삼성자산운용 KODEX 원유선물(H) 종목 투자자입니다' 등으로 청원글마다 차이는 있지만 1만명 넘게 청원에 동의했다.

    한 투자자는 "전액손실을 막는다는 논리로 용인한다면 원유소비가 폭증해 산업이 정상화가 될 때까지는 투자자 보호 명목으로 운용사가 임의로 언제든지 고객 투자금을 사용해 롤오버를 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는 OPEC+의 감산이행이 5월1일부터 시행 확정돼 있다는 점, ETF는 6월물로 이미 갈아탄 상태였다는 점도 다 알고 있었다"면서 "밤잠도 못자고 해외 상황을 숨죽이며 경청하며 피같은 투자금을 지켜오던 투자자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든 운용사의 투자상품의 임의 내역 변경 행위는 앞으로도 절대 선례를 남겨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