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발행도 한계치, 코로나19 경기부양 재원 30조 이상기재부 "재량지출 10% 의무 조정하라"… 싹싹 긁어낸다내년 지출 더 늘어날 듯… 홍남기 리더십 시험대 오른다
  • ▲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문구완구거리가 마스크를 쓴 시민들과 아이들로 붐비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문구완구거리가 마스크를 쓴 시민들과 아이들로 붐비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19 경제대책 마련을 위한 고강도 재정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에 따른 8조8000억원의 지출삭감이 예정돼 있는데다 추가 재원이 더 필요한 3차 추경 준비작업도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에는 기초연금이나 일자리 지원정책이 더욱 확대돼 정부지출에 대한 근원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6일 2021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확정하고 각 부처에 통보했다.

    발표된 내용의 핵심은 '허리띠를 더 졸라 매자'다.

    기재부는 우선 부처별로 재량지출 10%를 구조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재량지출은 전체 정부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부문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민간업체의 역량이 향상된 사업 등은 감액 또는 삭감을 검토하게 된다.

    필수소요(법정경비·인건비 등)를 제외한 경상비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반영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차단하겠다는 생각이다. 통계조사, 정책연구비, 행사·홍보성 경비 등이 대상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어려워진다. 박물관·미술관·기념관 등 전시 문화시설을 새로 지을 때 국가 예산을 요청하려면 사전 타당성평가를 거치도록 했다. 무분별한 문화시설 난립으로 야기되는 중복투자 논란을 막겠다는 취지다.

    3년 이상 지원한 국가 보조금 지급 사업 600여개는 전면 재검토해 지원 규모를 조정할 계획이다. 당초 사업 목적을 달성했거나 이·불용, 부정수급 사례가 잦은 사업은 보조금 삭감을 추진한다.

    기재부는 이를 위해 각 부처 차관 및 실·국장이 참여하는 '전략적 지출 구조조정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출범키로 했다.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부처별 예산안 편성에 알뜰재정 기조를 더욱 독려하겠다는 생각이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뉴데일리 DB
    ▲ 홍남기 경제부총리ⓒ뉴데일리 DB
    2차 추경만 8.8조 줄여야… 얼마나 더 긁어내야 하나

    기재부는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2조2000억원의 재원마련을 위해 총 8조8000억원의 지출삭감을 결정했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키로 한 3조4000억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F35 전투기 구입을 미루는 등 국방예산 9047억원과 철도사업 투자계획 변경 등 SOC 사업예산 5804억원 등을 삭감했다.

    공무원 연가보상비와 채용시험 연기에 따른 인건비 절감 등으로 마련한 6952억원도 재정에 보탰다.

    또 외국환평형기금 2조8000억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등 기금재원 1조2000억원 등도 추경으로 돌렸다.

    여기에 재난지원금을 당초 소득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함에 따라 발생한 추가 지출조정 1조2000억원도 기재부가 떠앉은 몫이다.

    정부는 제주 제2공항 설계용역 사업비 등 주요 SOC 예산들을 대폭 줄여 이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능한 예산은 다  싹싹 긁어내라는 분위기"라며 "6월 발표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긁어낼 곳 더 많다… 실질적 재정 구조개혁 필요

    정부는 2차 추경을 위한 지출조정 8조8000억원을 마련하는데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자평하지만, 실질적인 구조조정 실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재원이 사업을 폐지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 아닌 집행시기를 추후로 미루는 형식을 빌렸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7조6000억원을 줄였다고 발표한 2차 추경안에서 4조원은 외평기금과 주택보증기금을 끌었다 썼고, F35 전투기 도입이나 철도사업은 계획이 미뤄졌을 뿐 취소된 것은 아니었다.

    1조2000억원의 추가 지출조정 내역을 봐도 실제 사업 중단이나 규모축소는 한 건도 없었다.

    4900억원을 마련하는 주택도시기금 예탁도 정부의 자체 기금변경에 따른 결과다.
  • ▲ ⓒ나라살림연구소 제공
    ▲ ⓒ나라살림연구소 제공
    실질적인 예산 감축은 공무원 연가보상비 삭감 등을 단행해 얻은 8000억원 가량인데, 이마저도 모든 공무원이 의무적으로 연가를 소진하게 하면 사실상 지출하지 않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올해 지출을 내년에 미루는 방식은 재정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은 없으면서 오히려 올해 내수 경기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올해 경기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회복될 것을 예측하는 상황에서 올해 지출을 줄이고 내년 지출을 늘리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내년에 돈 들어갈 일 '수두룩'… 홍남기 리더십 시험대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정부 입장에선 내년에는 돈이 들어갈 일이 더 많아진다.

    50만개 공공일자리를 공언한 3차 추경과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데 들어가는 재원만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은 "3차 추경은 30조원 이상 규모일 것"이라고 했다.

    내년부터 확대되는 노인 기초연금도 부담스럽다. 정부는 기초연금 30만원 지급대상을 지난해 소득하위 20%에서 올해 40%로 높였고, 내년에는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저소득층 구직 지원을 위한 국민취업지원제와, 강화되는 40대 일자리 강화 사업에도 수조원의 예산이 추가투입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진정한 '뼈를 깎는 재정 개혁'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세출 구조조정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높게, 광범위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공무원 임금 동결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재정마련의 공공부문 고통분담 관례에 따라 공무원 월급부터 손대겠다는 말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정부는 공무원 인건비 동결 및 행정경비 절감으로 1조원 가량의 구조조정을 이뤄낸 바 있다.

    박주현 민생당 의원은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고 경상비 10%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들은 "정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고통분담이란 미명 하에 공무원을 희생의 도구로 삼아왔다"며 "다가오는 임금교섭에 정부가 성실이 응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대정부 규탄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예고된 고강도 재정개혁을 위해서는 경제지휘봉을 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가 얼마나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잘 설득해 내느냐가 문재인 정부 후반기 경제정책 성공여부가 달렸다는 의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홍 부총리가 각종 이해단체의 반발을 극복하고 향후 코로나19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한 세출 구조조정을 얼마나 해낼지가 그의 리더십을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