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고 2주 만에 대산서 두 번째 사고환경 지표 'ESG' 하락에 투자자 외면 '우려'
  • ▲ 화재가 발생한 LG화학 대산공장 촉매센터. ⓒ연합뉴스
    ▲ 화재가 발생한 LG화학 대산공장 촉매센터. ⓒ연합뉴스

    LG화학의 국내외 사업장에서 잇따라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불감증이 팽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와 대기오염물질 조작에 이어 인도 가스누출사고와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서도 또 다시 폭발사고가 발생, 인명피해를 냈다.

    특히나 안전사고 발생 등 환경 요소가 투자 지표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에도 부정적 여파가 있을 전망이다. 앞선 투자들로 부채가 크게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투자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산공단 LG화학 촉매센터 촉매포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촉매포장실에서 촉매제 관련 작업을 종료하고 철수하다가 파우더 물질이 분출하며 자연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와 관련, LG화학은 사과문을 통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LG화학 대산공장 촉매센터는 지난 1월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LG화학은 올 들어 세 차례 폭발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경영진은 매번 사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인도 공장 폭발사고는 인명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자칫 국제적 분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앞서 7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 소재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스티렌 가스가 누출하는 사고가 발생, 주민 12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건강 이상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주 당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585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인도 국립재난대응기구(NDRF)는 '화학재해'로 규정했다. 해당 사고로 LG폴리머스인디아 경영진이 독성물질 관리 소홀 등의 혐의로 인도 사법당국에 입건됐고, 인도환경재판소로부터 5억루피(약 81억원) 공탁을 명령받고 공탁했다. 현지 언론은 공장 폐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LG화학은 사고를 유발한 스티렌모노머(SM)를 한국으로 옮기는 중이다.

    LG화학은 사고 직후 신학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13일에는 노국래 석유화학본부장(전무)을 단장으로 한 8명의 현장지원단을 현지로 파견했다. 지원단은 현지에서 사고원인 조사와 주민 지원활동 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ESS 화재로 곤혹을 치렀다. LG화학 난징공장에서 생산한 특정 제품이 문제가 됐다. 지난 2월 정부는 2차 조사 결과 배터리가 원인이라고 특정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이 대기오염물질 배출수치를 4년 동안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친환경기업으로 포장했던 LG화학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 ▲ 인도 비사카파트남 LG폴리머스 공장 내 마련된 주민지원 민원 핫라인(Hot-line) 센터. ⓒLG화학
    ▲ 인도 비사카파트남 LG폴리머스 공장 내 마련된 주민지원 민원 핫라인(Hot-line) 센터. ⓒLG화학

    잇단 안전사고로 외부 자금 등 투자금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가 투자의사 결정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E(환경) 관련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공산이 커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5월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SM 누출사고가 시장에 크게 부각되면서 ㈜한화의 주가가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같은 지역의 롯데케미칼 공장에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ESG 통합등급이 하향 조정(B)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를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등에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앞선 투자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이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부채비율은 113%로, 지난해 1분기 81.4%에 비해 31.6%p 급증했다. 부채가 5조6920억원 늘어나면서다. 차입금도 4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37.1%에서 59.5%로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잇단 사고로 화학기업이 태생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부정적 요소가 부각됐고, 평상시 재무제표만으로는 드러나기 힘들었던 부분인 만큼 국내외 ESG 등급평가에 하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LG화학의 공정안전관리(PSM)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특별관리하기로 했다. 고용부의 공정안전관리제도에 따라 중대산업사고 발생사업장은 사고발생 즉시 'M-' 등급으로 강등된다.

    고용부는 이 제도로 석유화학업체의 안전도를 설비관리, 운전점검, 안전관리 등 12개 항목으로 나눠 사업장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P(우수)등급 △S(양호)등급 △M+(보통)등급 △M-(불량) 등급으로 분류해 차등 관리한다.

    M+ 이하는 설비관리와 인력관리 등이 허술해 대형사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특별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연간 두 차례 안전점검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기술지원도 받아야 한다. 추가로 인명피해를 동반한 중대사고 발생시 책임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고용부는 이달 중 LG화학 대산공단 내 사고조사와 관련한 특별점검을 진행한 후 전방위 산업시설로 점검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