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ELS 대표사례 배상 기준 제시…"30~65%"은행권, 자율배상 협상 부담 덜어…지수 상승에 금액도 줄듯분조위, 불완전판매 재확인…조단위 과징금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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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대표사례 5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30~65%로 제시했다. 

    지난 3월 금감원이 내놓은 분쟁조정 기준안의 실제 적용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만큼 각 은행은 이를 참고해 배상절차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홍콩H지수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은행들의 배상 부담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조위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판단한 만큼 최대 조 단위로 예상되는 과징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홍콩 ELS 분조위 결과 공개…"배상비율 30~65%"

    금감원은 지난 13일 홍콩 H지수 ELS의 불완전판매 대표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열고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분조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양측의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원만한 합의를 유도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분조위는 홍콩 H지수 ELS 손실사태와 관련해 5개 은행(KB국민·신한·농협·하나·SC제일은행)과 각 거래고객 간 분쟁 사안 중 대표사례를 각 1건씩 선정해 총 5건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했으며, 검사결과(잠정) 및 민원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쟁조정안에 따른 배상비율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등 위반에 따른 기본배상비율 30~40%에 예적금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등 가산 요인과 ELS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등 차감 요인을 적용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사례별 배상비율은 농협은행의 배상비율이 65%로 가장 높았고 이어 KB국민은행이 60%, 신한은행이 55%, SC제일은행이 55%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배상비율은 30%로 가장 낮았다.

    각 은행의 대표사례를 보면 농협은행은 70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부실하게 파악해 공격투자자로 분류하고 손실위험을 왜곡해서 설명했다.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했고, 고령자 보호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농협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은 40%로 인정됐다. 대면가입(10%포인트), 고령자(5%포인트), 모니터링콜 부실(5%포인트),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5%포인트), 서명 누락(5%포인트) 등 가산요인과 과거 ELT 지연상환 경험(5%포인트) 등 차감요인을 반영해 최종 손해배상비율은 65%로 결정됐다.

    국민은행은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러 온 국민은행 40대 고객의 투자목적과 재산상황 등 정보를 형식적으로 파악한 채 ELT 투자를 권유했다. 분조위는 이 사례에 대해 은행의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기본배상비율 30%에 내부통제부실 책임(10%포인트)등 가산요인을 더해 최종 배상비율을 60%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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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조위+H지수 반등’… 은행권, 자율배상 부담 덜어

    금감원은 이번 분조위 결과가 판매사와 투자자 간 자율배상 절차를 더 원활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분쟁조정 기준안은 배상금 산정 방식과 배상 비율에 대한 임의적 사례만 포함됐다. 이 때문에 같은 사안에도 각 은행의 해석에 따라 배상 결과가 다를 수 있고, 고객들은 은행의 제안이 합당한지 의구심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배상 제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다 보니 지난 달 말까지 5대 은행의 자율배상을 받아들인 투자자는 50명에 불과했다.

    배상안 적용 방식에 대한 당국의 판단을 볼 수 있는 분조위 결과가 나온 만큼 앞으로는 이를 참고한 은행의 배상 제안에도 공신력이 더해져 합의가 이전보다 원만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그간 자율배상 사례가 없던 농협은행이 이달부터 고객과의 협상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은행권은 분조위 결과를 바탕으로 배상작업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은행들은 이번 분조위 결과를 대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대 80%에 달했던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에 비하면 배상비율이 낮아진 데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이미 충당금도 넉넉히 쌓아뒀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을 위해 총 1조6550억원을 충당금 형태로 올 1분기 실적에 선반영했다. 

    선반영한 충당금는 최근 홍콩 H지수가 반등하면서 다시 환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쓰기로 이미 마음 먹은 돈의 상당부분을 쓰지 않게 될 수 도 있단 얘기다.

    홍콩 H지수는 지난 13일 6,777.59포인트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은행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홍콩 H지수가 6500포인트 이상을 유지하면 이달 이후 손실액은 약 1조3458억원으로 추산된다. 5700포인트 수준이었던 지난 2월 말 추산한 5월 이후 손실액인 2조1948억원보다 8490억원 줄어든 규모다. 만약 지수가 7000선까지 오를 경우 손실 규모는 6000억원대로 떨어진다.

    ◇ 조단위 과징금 공포↑…“부과기준 판매액 명확”

    이번 분조위 결과는 은행권의 자율배상 협상 부담을 덜어줬지만 과징금에 대한 공포를 다시 키우고 있다.

    과징금은 고객의 손실 여부를 떠나 위반사항의 내용과 정도 등에 의해 정해지는데 분조위는 대표사례를 통해 은행들의 불완전판매를 명확히 했다.

    금감원은 “분조위에 부의된 5건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판단했다”며 “개별 적합성 원칙 위반, 일괄 설명의무 위반, 개별 부당권유 금지 위반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달 검사를 완료한 5개 은행과 6개 증권사 등 11개 판매사에 대한 검사의견서를 발송했다. 검사의견서에는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판매사의 위법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위반행위와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등’ 의 5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2021년부터 판매된 홍콩 ELS 판매액 중 금소법 시행 전 두 달간 판매액을 제외하면 약 17조1000억원이 과징금 대상이 된다. 이론적으로 최대 8조원대 과징금이 가능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수입 등’으로 표현된 과징금 부과기준과 관련해 판매사가 실제 얻은 이익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국은 판매금액이 기준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 시행령에 법에서 말하는 수입 등이라 함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일체의 금전 등을 말한다고 돼 있고, 입법 시행과 관련한 과거 금융위 보도자료에도 ‘수입 등’이라는 의미를 판매금액이라고 명시해 배포된 바 있다”면서 “이와 같이 제시된 기준에서 판매금액으로 명시가 된 것으로 명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의 속성 자체가 부당 이득을 회수한다는 취지가 있다 보니까 업계에서는 판매금액으로 하기보다는 자기들이 실제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