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타이밍 놓쳐"…입주지연탓 당첨자 주거불안 심화 성남 복정1지구, 274가구 당첨포기…'줄이탈 가속' 전망 인천계양 등 2~3년새 공사비 30% 증액…최소 1억 뛸듯
  • ▲ 3기신도시 사전청약 상담창구. ⓒ뉴데일리DB
    ▲ 3기신도시 사전청약 상담창구. ⓒ뉴데일리DB
    폐지여론이 끊이질 않았던 사전청약제도가 도입 34개월만에 사실상 폐지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사전청약 신규시행 중단시점을 두고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3기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본청약 및 입주시기가 지연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3기신도시 추진동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앞으로 신규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실시한다.

    기존에 사전청약을 받았던 군포대야미 등 사업지에서 본청약이 무기한 연기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2021년 7월 당시 문재인정부가 주택공급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도입했던 사전청약 제도는 34개월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또한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본청약이 6개월이상 지연될 경우 계약금 비율 조정과 중도금 납부횟수 축소, 전세임대 안내 등 조치도 이뤄진다.

    정부는 사전청약의 본청약 전환과 기존 당첨자 지원을 통해 제자리걸음중인 3기신도시 및 공공주택사업 물꼬를 틀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잇단 사전청약 파행으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만큼 공공주택 정상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3기신도시 입주가 미뤄지며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주거불안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LH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2021년 사전청약 도입 시점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공공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다.

    사전청약 당시 1~2년 뒤 본청약이 예고됐지만 현재 13개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다.

    이중에서도 사전청약 당시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양주회천 A24 단지(825가구)'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기약없는 사업지연 탓에 당첨자 지위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본청약 계약률은 54%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성남신촌 A2블록(엘리프 성남신촌)'은 2022년 사전청약을 통해 262가구를 모집했다. 하지만 지난달 실시한 본청약엔 173가구만 참여했다. 입주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분양가가 1억원 가까이 뛰자 일부 당첨자들이 손절에 나선 것이다.

    '성남 복정1지구 B3블록(엘리프 남위례역 에듀포레)'도 사전청약 당첨자 다수가 이탈했다. 이단지는 2022년 전체 510가구 가운데 417가구를 사전청약을 통해 모집했지만 250여가구가 당첨자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올해 본청약 예정단지중 지연예상 단지. ⓒ국토교통부
    ▲ 올해 본청약 예정단지중 지연예상 단지. ⓒ국토교통부
    이밖에 올해 9~10월 본청약을 앞둔 △남양주왕숙 B2(539가구) △남양주왕숙2 A1(762가구) △남양주왕숙2 A3(650가구) △과천주암 C1(884가구) △과천주암 C2(651가구) △하남교산 A2(1056가구) △구리갈매역세권 A1(1125가구) 등 7개단지도 사업지연이 기정사실화됐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숱한 반대여론에도 사전청약을 강행했던 정부가 뒤늦게 중단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3기신도시를 포함한 공공주택사업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라며 "결국 본청약·착공·입주가 기약없이 미뤄질 수 있음을 정부가 자인한 꼴인데, 이로 인해 기존 당첨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져 당첨 포기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공사비 인상은 3기신도시 정상화 발목을 잡는 또다른 요인이다. 예컨대 인천계양 등 3기신도시는 자잿값 인상 등 여파로 공사비가 2~3년새 30%가량 늘었다. 이로인해 실제 분양가는 사전청약 당시 추정분양가보다 최대 1억원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뒤늦은 사전청약 중단 조치가 기존 당첨자들의 심리적 저지선을 무너뜨려 '줄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사전청약 제도가 중단되면서 기존 당첨자들은 '실패한 정책의 수혜자'라는 심리적 박탈감을 느낄수 있다"며 "특히 3기신도시 경우 최근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 이슈와 맞물려 당첨 포기를 고려하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건설업계에도 현시점에선 3기신도시 참여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공공주택사업은 배정되는 공사비가 많지 않아 그만큼 마진도 적은 편"이라며 "현재 공사비까지 상당부분 오른데다 100% 계약을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사업성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예정일 연기 등 사전청약의 문제와 한계는 도입 초기부터 지적된 것"이라며 "따라서 지금에라도 신규시행을 중단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백하게 예상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사전청약이 도입됐던 이유는 공급 활성화를 위한 갑작스러운 정책변화에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시행착오가 반복되질 않길 바란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