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국양제 약속 어려"… 중국·홍콩 당국자 제재 방침홍콩 누려온 관세·여행 등 혜택 제거… 中 "내정간섭" 반발 예상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기름을 부은 가운데 미국이 예고했던 대로 홍콩에 대해 부여했던 각종 특별대우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압박을 내정간섭으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태도여서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홍콩의 특별지위를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내 행정부에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홍콩은 1984년 영국과 중국이 맺은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7월 이후 50년간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토대로 자치권을 인정받아 왔다. 미국은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로, 1992년 홍콩정책법을 만들어 홍콩을 비자 발급과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대우해왔다. 중국은 지난 28일 열린 전국인민대회에서 홍콩보안법을 압도적인 찬성(찬성 2878표·반대 1표·기권 6표)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홍콩 내 반정부 활동 감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처리를 강행하면 홍콩에 주었던 특별대우를 박탈하겠다고 밝혀왔다.

    로이터통신과 ABC, CNN, 더힐 등 미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홍콩이 중국과 별도의 관세와 여행 구역이라는 특혜대우를 받아오던 것을 철회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은 낮은 관세, 비자조건 완화 등 홍콩이 무역과 교류에 있어 누려온 혜택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미국이 홍콩에서의 기업공개(IPO)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글로벌 금융허브 역할이 위축되며 외국자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발표는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기술 사용에 관한 수출통제, 그리고 더 많은 것까지 거의 예외 없이 홍콩과 맺은 모든 범위의 협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미국은 홍콩이 자치권 침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중국과 홍콩 당국자를 제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 ▲ G20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시스
    ▲ G20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와 있는 중국인 대학원생에 대한 규제도 함께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산업기술 탈취 문제를 언급한 뒤 "(미국의) 중요한 대학 연구를 더 잘 담보하고 잠재적 안보위협인 중국으로부터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중지하기 위한 포고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날 미 국무부가 배포한 속기록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인 대학원생과 관련해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에 대해 발표할 일련의 조치 가운데 중국군과 관련 있는 미국 내 중국 대학원생을 추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우리는 미국에 와 있는 (중국) 대학원생들이 중국 당국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들은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를 다룰 거라고 자신한다"면서 "이는 인종차별이 아니다. 우리는 여기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이 중국 공산당을 대리해 활동하는 게 아님을 분명히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과 개입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보복에는 보복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앞으로 홍콩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구체화하면 미·중 간 대립이 더 격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화권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홍콩보안법 법제화를 위한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르면 8월에 법이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연합뉴스
    ▲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판해온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WHO가) 해야 할 개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그들은 행동하길 거부했다"며 "오늘 우리는 WHO와의 관계를 종료하고 (미국의) 지원금을 전세계 다른 곳으로 돌리겠다"고 했다. 그는 "세계는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의 개혁을 요구하며 지난달 WHO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