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심의위서 이 부회장 '불기소' 권고...삼성 합병·승계 의혹 '큰 짐' 덜어내4년 발목잡은 사법리스크 실타래 풀리나..."최악 국면 면해"현장경영 다시 속도내는 이 부회장...추진력 잃었던 미래사업에도 '청신호'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합병 및 승계 의혹'과 관련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 결정이 내려지면서 삼성그룹도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아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이슈 관련 행정 재판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등이 남아있지만 총수가 검찰에 기소되는 최악 국면을 막을 수 있게 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최악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게 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이어가는 한편 지난 4년 간 추진력을 잃었던 미래사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9시간 넘게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합병 및 승계 의혹 관련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최종적으로 검찰에 이 부회장 '불기소' 방침을 권고했다.

    수사심의위는 당초 일과시간이 끝나기 전인 오후 5시 50분까지 7시간 20분 가량의 회의를 마치고 결론을 낼 계획이었지만 삼성과 검찰 측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논의가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랜 논의 끝에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불기소 의견을 전하면서 삼성은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서 검찰이 이번 건의 수사를 위해 이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은 2년 여만에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을 위기에 처했었다. 당시 영장심사가 기각되면서 한번의 고비를 넘긴 삼성이 수사심의위원회라는 강수를 뒀는데 그 결과마저 삼성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이 부회장의 불기소로 마무리됐지만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향후 행보를 지속해서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이 '권고' 수준에 그칠 뿐 법적인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번 결과와 별개로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방침을 강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검찰이 완전히 무시하기에는 무리가 크다는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검찰이 지난 2018년 수사심의위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래로 단 한번도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는 점으로 볼 때 특별히 이번 사안에만 기소를 주장하기에는 무리수가 크다는게 중론이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외에도 삼성이 아직 풀어야 할 사법적 과제는 여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관련 행정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고 국정농단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도 이어질 예정이다. 검찰이 이번 삼성 합병 및 승계 관련 의혹을 남은 재판에서 추가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설 수도 있어 남은 사법 리스크도 산적해있는 현실이다.

    삼성은 지난 2017년부터 4년째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에 처할 정도로 사법리스크에 발목을 잡혀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무려 10차례나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이나 치렀다. 특검의 기소로 진행된 재판만 80여 차례에 이르고 아직도 재판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삼성 측에서는 일단 그룹 총수의 구속수사와 검찰 기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되며 경영 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어 이번 수사심의위 결과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지난 4년 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로 그룹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사업을 추진하는데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 2017년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년 간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미래사업에 대비한 M&A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 전반이 얼어붙은 위기 상황이 닥치며 사법 리스크에 갇힌 이 부회장과 그룹 리더들의 부재는 더 큰 공백으로 다가왔다. 당장 위기 상황 극복은 물론이고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삼성이 처한 현실이었다. 대외적으로도 사법 리스크로 인한 신인도 하락으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했다.

    검찰의 기소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낸 이 부회장은 완전하진 않지만 경영활동에 다시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상황에 우선은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어오던 현장 경영 행보를 지속하는 한편 그동안 추진하지 못했던 중장기적 사업 과제들을 속속 이행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서 차세대 기술과 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수조 원대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제는 이 투자건을 구체화하는 작업과 대국민 선언에 나섰던 노사문제 해결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