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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자동차 배터리 3사가 생산 공장 신증설 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탑 10에 나란히 자리하면서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시장에서 주춤한 중국 CATL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 강화 등 적극적 투자가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배터리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4월 기준 국내 배터리 3사가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업계 '투톱'을 제치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파나소닉이 미국 전기차 테슬라에 상당한 물량을 공급하면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CATL이 내수를 기반으로 그 뒤를 따르는 형세였다.
특히 LG화학은 올 들어 4월까지 전기차에 장착한 배터리 사용량이 6.6GWh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 기준으로는 25.5%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한 수치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은 1.5GWh로 점유율이 18.9% 증가하면서 5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년대비 74.3% 증가한 1.1GWh로 7위에 랭크됐다. 국내 3사 모두 10위 안에 든 것이다.
올 들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침체된 상태다. 4월까지 등록한 세계 각국의 전기차 배터리 총량은 26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국내 3사의 점유율 총합은 16.2%에서 35.3%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3대 이상에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셈이다.
각아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모델의 판매량이 늘면서다. LG화학은 르노 조에, 테슬라 모델3(중국산), 아우디 E-트론 EV 등의 판매량 호조가 급증세로 이어졌다.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BMW 330e, 파사트 GTE 등이,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 1T EV, 소울 부스터 등의 판매량 확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들 3사는 현재보다 점유율을 높여 '글로벌 탑티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23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업체간 투자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SNE리서치 분석 결과 올해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전망은 434GWh로, 2030년에는 2985GWh까지 확대돼 588%의 증가율이 예상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환경규제에 각국이 전기차 보급 확대 전략을 펼치면서 2024년부터는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당장 2023년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는 406GWh인 반면, 공급은 335GWh에 불과해 18%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현상은 2025년 절정을 이뤄 마이너스(-) 40%의 수요 불균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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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인 LG화학은 지난해 배터리 부문에 3조8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한 데 이어 올해는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3세대 전기차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고성능 순수전기차 기준 170만대(100GWh)로 키울 계획이다.
LG화학 측은 "현재 폴란드 공장 수율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수주물량 공급을 위한 폴란드 공장 증설도 병행 중으로, 연말까지 생산능력 100~110GWh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기술력이다. 매년 1조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집행 중인 LG화학은 이 가운데 30% 이상을 배터리 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분기 기준 1만6685건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LG화학과 파나소닉은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이 70%에 달하는 하이니켈 배터리 양산에 일찌감치 성공했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길어진다. LG화학은 2022년 니켈 85% 이상, 코발트 5% 이하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 양산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과 1조원씩 투자해 지난해 말 미국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웠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얼티움(Ultium)'을 개발 중이다. 1회 충전으로 최대 643㎞(약 400마일)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고밀도-고용량 배터리다.
고급 전기차 업체인 루시드모터스와 '루시드 에어' 표준형 모델 배터리 독점 공급을 통해 원통형 공략에도 나섰다. 앞서 LG화학은 파우치형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리는 '21700' 제품(지름 21㎜·높이 70㎜)으로, 기존 원통형 '18650(지름 18㎜·높이 65㎜)'에 비해 용량을 50% 높이고 성능도 향상시켰다.
기존 사업 철수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탄도 마련했다. 지난달 중국 난징과 광저우, 대만 타이쭝 등 3개 공장의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화학소재기업 산산에 약 11억달러에 매각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대금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30GWh로 늘리고 향후 5년간 4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 측은 "시장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도 헝가리와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배터리팩 공장에는 약 6000만달러를 들여 증설하는 등 배터리 수명 증대와 경량화, 고용량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헝가리 괴드 제2공장을 증설해 5세대 배터리(Gen 5)를 2021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배터리는 배터리 효율 향상 신공법 도입으로 니켈이 80% 이상 함유됐으며 한 번 충전으로 6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기존 배터리와 비교하면 에너지 밀도는 20% 이상 높아지고 kWh당 배터리 원가는 20%가량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초 폭스바겐이 첫 상용전기차 ID.3를 인도하면서 전기차 대중화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올 상반기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한 헝가리 배터리 라인에서 3분기부터 유럽 자동차 업체향 배터리 판매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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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2018년 충남 서산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을 돌입한 이후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에 공격적으로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1·2공장이 착공했고, 20GWh 규모의 중국 창저우 2공장도 완공 예정이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헝가리 코마콤 공장 등을 통해 올해 기준 20GWh 안팎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71GWh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한다. 특히 자유롭게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글로벌 5위 전기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의 배터리 공급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내년 초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도 선정됐다. 현대·기아차가 2021년까지 네 차례 나눠 발주할 물량 중 1차로, 약 50만대 분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2025년까지 생산량 100GWh 규모를 갖춘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밝혔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리튬이온 배터리 이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관심이 쏠려있다. 장수명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리튬 황 배터리 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초기 반도체 시장과 같이 치킨게임이 이뤄지고 있으며 각 업체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되기 위해 생존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저가수주로 물량을 늘리던 시절은 옛 말이고, 이제는 하이니켈 배터리 경쟁에 이어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본격적인 기술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CATL이 테슬라, GM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손잡은 데 이어 대규모 R&D센터까지 신설하면서 배터리 3사와 정면승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ATL은 본사가 위치한 중국 푸젠성 니어시에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할 '21C 랩' 건설에 착수했다. CATL은 21C 랩 건설과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 33억위안(약 56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내년 연말께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로빈 정 CATL 회장은 "계속되는 혁신을 통해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번 21C 랩은 CATL의 기술력은 물론, 상상력까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CATL이 기술력까지 고도화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점유율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1분기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생산라인 가동 차질 등으로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있는 만큼 다시금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CATL이 그간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면 이제부터는 조금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며 "이제는 기술력이나 글로벌 공급능력에서 격차가 거의 없다. 기술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