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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경쟁사에 비해 큰 움직임이 없었던 삼성SDI가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물들이 그룹 지원사격에 힘입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헝가리에 짓고 있는 5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내년에 준공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SDI가 선보인 5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20분 급속충전 기술을 접목한 '고에너지밀도 600㎞ 주행 배터리 셀'과 고용량이면서 무게와 부품 수를 10% 이상 줄인 '확장형 모듈'로 구성됐다.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셀은 20분 급속충전에 80% 용량인 500㎞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확장형 모듈은 기존 전기차 배터리가 모듈 하나에 통상 12개 내외의 셀이 들어가고 용량도 2~3kWh 수준이었던 반면 모듈 1개당 24개 이상의 셀로, 기존에 비해 두 배가 넘는 6~8kWh의 에너지 용량을 구현해 본격적인 대용량 전기차 시대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확장형 모듈은 용량이 커질수록 취약해질 수 있는 안전성을 오히려 더욱 높은 수준으로 보강할 수 있다. 전기차에 장착할 경우 부품 수 절감을 통한 경량화도 가능하다. 전기차 업계 수요가 셀 위주에서 모듈로 바뀌고 있는 추세인 만큼 확장형 모듈 공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측은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셀과 확장형 모듈은 글로벌 배터리업계 전체를 선도할만한 획기적인 기술로 이를 통해 주행거리, 제조효율, 사용 편의성 등을 개선해 5세대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밀도·고용량 배터리 생산을 위해 기존 '와인딩' 방식 대신 '스태킹' 공정을 도입하면서 배터리 제조 방식에도 큰 변화를 줬다. '와인딩' 방식이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를 둘둘 마는 형식으로 제조한다면 스태킹 방식은 배터리 소재를 일정 길이로 자른 후(Notch) 이를 쌓는 방법(Stacking)으로 최종 완성품을 만든다.
현재 천안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만들어 시험생산한 데 이어 헝가리 공장에 양산 라인을 구축 중에 있다. 내년 헝가리 공장에서 양산될 5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이 스태킹 방식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스태킹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이 합쳐진 개별 셀을 층층이 쌓는 방식이다. 셀 수십개를 쌓아올려 하나의 배터리를 완성하는데, 이는 와인딩 방식에 비해 에너지 밀도와 내구성에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셀을 말아 올리게 되면서 낭비되는 공간이 발생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지고 장시간 충·방전을 하게 되면 뒤틀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스태킹은 잔여공간을 최소화해 고용량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헝가리·미국 공장 증설을 통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2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향후 5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최대 80GWh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해 시설비용에만 1조59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삼성SDI 측은 "구체적인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밝힐 수는 없지만, 헝가리와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을 통해 현재 캐파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삼성SDI는 신규 고객 및 신규 시장 탐색과 함께 새로운 제품의 선행개발도 병행하고 있으며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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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삼성SDI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달리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2017년 5월 헝가리 준공식 이후 대규모 투자 소식이 알려지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배터리 사업의 무게를 빼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올해 예상 자본적 지출은 약 1조~1조5000억원으로, 경쟁사에 비해 투자규모가 적다.
실제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4위로, 3년 전과 같다. SK이노베이션의 급성장과 2017년 4위였던 LG화학이 1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행보는 '내실을 키우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리하게 저가 수주 등을 일삼아 향후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입는 대신 안정적 수익을 내는 계약 위주로 사업을 끌어간다는 의미다. 앞서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 함작해 만들었던 울산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2017년 1분기에 5000억원대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5월 고객사 폭스바겐이 삼성SDI로부터 20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받길 원했지만, 실제 공급이 보장되는 규모는 4분의 1 수준인 5GWh에 그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삼성SDI의 수익성 중심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
삼성SDI의 이 같은 전략은 나름 이유가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연간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사업 영속성을 담보할 전략이 필요해서다. 사업을 시작한 수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업체 가운데 LG화학만이 지난해 4분기에야 간신히 흑자를 거뒀다. 국내 3사 모두 석유화학, 소형전지 등 기존 사업에서 거둔 이익으로 전기차 배터리 적자를 메우는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전영현 삼성SDI 사장도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전영현 사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성장에만 목표를 두기보다는 시장을 리딩하는 차별화된 기술 확보로 수익성에 바탕을 둔 질 중심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 삼성'을 선포한지 일주일 만에 삼성SDI를 찾으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자동차 전지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포했던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사실상의 선언이었던 셈이다.
이 부회장도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전기차 배터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고 보고 삼성SDI가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에 관심이 높다. 특히 배터리 기술 동향에 관심이 높아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 삼성SDI 배터리 사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과 관심뿐만 아니라 완성차 회사 최고경영진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수주를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보수적으로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이 부회장이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향후 투자전략이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