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질유 공급 차질, 경유 가격 상승 압박이미 고환율로 국내 경유 1600원대 돌파美·EU → 싱가포르 → 한국 도미노 상승물류·건설 핵심 지표 … 비용 부담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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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서울 한 주유소에 기름값 안내판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경유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유럽·아시아로 가격 상승이 확산되면 국내 경유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경유 가격은 휘발유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이번 변수는 상승폭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안보팀을 긴급 소집하면서 양국 관계는 전면 충돌 직전 단계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경유는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연료인 만큼 국내 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3일 한국석유공사가 전날 발간한 ‘베네수엘라 경유 가격 상승 자극’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는 미국 정유업체의 핵심 공급처로, 캐나다·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입국이다. 일부 미국 정유시설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맞춰 공정이 최적화돼 있어 공급 차질 시 경유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영향은 미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한 유럽은 상당량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경유 생산이 부족해지면 곧 유럽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 가격이 오르면 아시아(싱가포르) 경유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결국 국내 경유 가격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경유 시장은 지정학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실제로 올해 4분기 싱가포르 국제 경유 가격은 10월 22일 미국의 러시아 석유기업 제재 발표 이후 상승세를 보였고, 11월 19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안 보도 이후 반전 하락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베네수엘라 위기도 경유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보고서는 “베네수엘라 정국이 불안정해도 세계 석유 수급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도 높은 확률로 경유 가격 상승을 전망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11월 석유 시장 보고서에서 중간유분 시장이 타이트하다고 경고했다”고 진단했다. -
- ▲ 12월 2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카리브해 해상작전에 이어 베네수엘라의 지상작전이 임박했다며 해상전 보다 "훨씬 더 쉽다"고 말했다. ⓒ뉴시스
환율 변수도 부담을 키운다. 달러 강세로 국내 정유사의 도입단가가 높아지고, 이는 일정 시차를 두고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현재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경유 가격은 2년 만에 최고치인 리터당 1600원대를 돌파했다.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46원, 경유는 1662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60~100원가량 올랐으며, 경유는 상승폭이 더 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200원 가까이 뛰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468.4원으로 마감해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경유는 상업용 운송, 농업, 산업 생산 등 광범위한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연료다. 가격 급등이나 공급 부족은 트럭·선박·기차 등 물류 운송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제조업·건설업·농업 등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을 끌어올린다. 이는 곧 소비자 물가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미 고환율 등 여파로 최근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반을 기록하며 서민 장바구니에 부담을 주고 있다.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국제 경유 가격이 지정학적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베네수엘라 긴장이 싱가포르 경유 가격을 끌어올려 국내 경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위기에 동반되는 달러화 가치 변동까지 고려한다면, 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시 대비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