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품질혁신 공동선언문 발표공장 와이파이 중단, 상습 조기 퇴근자 해고 불개입양적 성장-품질 경영-감성 경영 넘어 '신뢰 경영'으로
  •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에서 현장 직원이 품질을 점검하는 모습 ⓒ현대차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에서 현장 직원이 품질을 점검하는 모습 ⓒ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품질 혁신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여러 신차가 품질 논란에 시달리며 곤혹을 겪은 가운데 안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칫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금의 현대차를 있게 한 품질 경영을 넘어 신뢰 경영으로 위상을 회복하는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건 모습이다.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는 최근 ‘품질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완벽한 품질 확보와 시장 수요에 맞춘 생산 극대화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최근 품질에 대한 여론을 엄중히 경청하고 있다”며 “고용과 직결되는 품질 향상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 노조는 내부 소식지를 통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실한 품질로 소비자가 현대차를 사도록 만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회사가 생존해야 조합원도, 노조도 유지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과거 사측에서 주로 강조하던 품질 혁신을 먼저 외치고 나선 것이다. ‘강성 노조의 대명사’로 불리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현대차 노조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조는 최근 현대차가 상습적으로 조기 퇴근한 생산직 직원을 해고 한 데 대해서도 취업규칙 위반 사례라며 개입하지 않았다. 논란이 됐던 업무시간 중의 와이파이 제공도 지난 1월부터는 차단한 바 있다.

    이 같은 노조의 입장 변화는 코로나19발(發) 경영 위기와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1990년대 양적 성장, 2000년대 품질 경영, 2010년 감성 경영을 거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합리적 가격에 품질이 좋고 대다수의 입맛에 맞는 차를 만든다는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다만 국내에선 다소 아쉽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수출용 차가 더 안전하다’,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한다’는 내수 차별 논란이란 의구심을 지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미흡한 트렁크 방수 작업에 따른 신형 아반떼 무상 수리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조립 불량 등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고급 수입차 못지않다는 평가를 스스로 깎아내린 셈이다. 

    1986년 엑셀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소비자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1990년 들어 판매대수가 반 토막이 난 그 때와 전조 징후가 비슷하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차 노사는 발 빠르게 현장 기강을 다잡고 품질 혁신에 나서 제4의 도약을 이뤄낸다는 포석이다. 특히 감성 경영을 넘어 ‘신뢰 경영’ 추구로 변화한다는 목표다. GV80의 디젤(경유) 엔진 진동 문제는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이르면 다음 달 첫째 주에는 울산공장에 차세대 전기차(코드명 NE)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미래차 시장 선점에 나선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변화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것이 지금 현대차에 필요하다”며 “미국 시장에 도입한 ‘10년간 10만 마일(약 16만㎞) 무상보증’ 등 수준 높은 서비스를 들여와 소비자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