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장 커지고 오프라인 시장 정체… 규제는 오프라인만규제 방식 한결 같이 오프라인 출점 규제 일색, 효과는 미미소비자 선택권 고려 않고 있다는 지적도… 선진국은 규제완화 추세
  • ▲ 대형마트.ⓒ뉴데일리DB
    ▲ 대형마트.ⓒ뉴데일리DB
    규제는 흔히 양날의 검으로 비교되곤 한다. 적재적소에서는 그 무엇보다 빛을 발하지만 자칫 잘못된 도입은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앞다퉈 추진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 발의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서는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를 일괄되게 추진해왔지만 이 정도가 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규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는 것이다. 유통법 개정안과 그 규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유통산업은 소비의 최전선에 놓인 만큼 가장 빠르게 변하는 업종 중 하나다. 상품 트렌드는 물론이고 매장의 구성, 형태까지도 해가 다르게 달라지는 중이다. 하지만 규제는 정작 90년대에 그대로 멈춰있다는 평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출점만 하면 되던 시대에서 기존 점포도 문 닫는 시대가 된 오늘이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30년 전 규제만 이야기하는 아이러니가 나타나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의 공통점은 대형 유통사에 대한 인식이 한결같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점포의 출점을 막거나 출점에 많은 조건을 달면 기존 지역 상권이 발달할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형마트가 진출하면 재래시장이 문을 닫는 90년대 인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시장은 2014년 45조3000만원에서 지난해 기준 79조6000만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시장 매출은 2012년 291조원에서 지난해 293조로 성장 정체를 겪는 중이다. 

    이로 인해 유통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쇼핑은 8810억원(2011년)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기준 4901억원으로 추락했다. 지난해에만 점포 8곳을 폐점한데 이어 향후 5년내 백화점·대형마트·슈퍼 등 점포 중 효율이 낮은 200여개 점포의 폐점을 예고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계가 앞다퉈 온라인 시장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온라인 채널에서 공산품만을 구매하는 것은 이미 먼 옛날 이야기다. 최근 온라인 새벽배송 시장은 각종 신선식품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업시간이나 출점을 규제하는 정책은 그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실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2017년 국회에서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토대로 발표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소비증가율은 2013년 29.9%에서 2016년 -5.1%로 줄었음에도 전통시장 소비증가율은 같은 기간 18.1%에서 -3.3%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영업제한 등의 규제가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매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온라인 등의 신규 유통 채널로 소비자들이 옮겨 가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이 지역상권 내 출점이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손쉬운 오프라인 유통시장만 규제하려 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21대 국회가 문을 연 이후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오프라인 유통점의 출점 및 영업을 규제하는 법안 뿐이다. 기존 준대규모 점포 관련 규제의 존속기간을 연장하는 안(이장섭 의원)이나 지역협력계획서 실효성 강화 안(이주환 의원)은 얌전한 편이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심의회로 변경하는 안(어기구 의원)이나 복합몰, 백화점, 면세점까지 모조리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하는 안(이동주 의원)은 물론 전통상업보전구역을 1km에서 20km로 확대하는 안(김정호 의원)도 등장했다. 

    이 안에 소비자의 선택권은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 최근 ‘삶의 질’을 중시하는 국민적 공감대로 백화점, 복합쇼핑몰, 대형마트는 지역 사회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규제안은 한결같이 이들의 출점을 막고 재래시장을 이용하라고 강요하는 격이다. 

    2020년이 됐지만 규제가 여전히 30년 전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 규제가 정체되는 동안 주요 선진국들은 유통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중이다. 

    미국은 1992년 이래 모든 주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고 있고 일본은 2000년 이후 모든 영업시간 규제를 철폐했다. 영국은 1994년부터 일요일 6시간 영업을 허용하게 했고 프랑스는 2017년부터 일요일 영업을 연간 5일에서 12일로 크게 늘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국가 경제 지표가 좋지 않고 온라인 채널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업의 지속적인 존립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의무휴업 확대 및 무분별한 유통규제는 유통산업의 몰락은 물론, 쇼핑몰 입점 소상공인 피해, 일자리 감소 등 더욱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